[공기업 민영화]2.기업 망치는 낙하산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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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방공기업의 또다른 고질적인 문제점은 '낙하산 인사' 다. 91년 설립된 울산시 주차장관리공단에는 지금까지 4명의 이사장이 거쳐갔다. 이중 3명이 울산시 재무국장 출신이다. 시공무원들 사이에 '이 자리는 재무국장의 노후보장처' 처럼 인식돼 있다.

이는 약과다. 더 심한 곳도 있다. 대구시의 도시개발공사는 사장 등 임원 3명 모두가 시간부 출신이다. 대구시의 시설관리공단은 이사장 등 임원 3명 가운데 2명이, 지하철공사는 사장 등 임원 5명중 4명이 시 간부 출신이다.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국제종합전시장.부산관광개발본부.부산신용보증조합 등 지방공기업의 이사장이나 이사.감사 자리에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공무원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일부 공기업에는 전문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정당인도 끼어 있다. 부산도시개발공사 감사, 부산시설관리공단 상임감사.상임이사, 부산신용보증조합 감사등이 그렇다. 시장선거나 정당운영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내 준 것이다.

대구시 하종성 (河鍾聲) 공기업계장은 "공기업은 지방정부가 해야할 사업을 대신해서 하는 곳이어서 임원은 공공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기업 경영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의 추구에 있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곳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존립이 위협받는다.

이는 지방공기업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고위공무원들보다는 경영전문가가 더 필요하다. 특이 임원들은 그렇다. 대외적인 섭외력, 즉 지방정부와의 협력도 지방공무원 출신이 더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비교적 목에 힘을 주며 (?) 살아온 지방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어디를 가서도 머리를 숙여야하는 기업 조직에서 제대로 일을 해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방공기업들이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비전문인사의 고위직 포진과 무관하지 않다.

대구시가 최근 대구의료원 원장을 민간인으로 공개채용한 것도 지방공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요직을 차지한 고위공직자들은 또다른 낙하산 인사를 부른다.

대구의 한 공기업 간부는 "공기업이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중 하나가 인사" 라며 "몇년전만 해도 인사청탁을 거절하다 사표를 낸 간부도 있었다" 고 털어 놓았다. 이렇다 보니 지방공기업에는 상당수 직원들이 공무원으로 채워져 있다.

어떤 곳은 직원의 절반이상이 공무원 출신이다. 경북개발공사는 21명중 14명, 대구도시개발공사는 1백27명 중 68명, 부산 도시개발공사는 1백65명중 1백20명, 경남무역은 19명 가운데 5명이 공무원 출신이다.

조직과 인사의 독립성 침해는 곧 기업의 방만한 운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부실경영을 낳는다. 공무원 출신들은 일하는 태도도 공무원 (?) 식이다.

사기업 회사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경쟁의식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별 하는 일없이 하루종일 빈둥거리다 '땡' 하면 퇴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공기업 직원들은 불평한다.

부산의 한 공기업 직원은 "우리는 하루 걸릴 출장에 그들은 2~3일을 보낸다" 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공무원때 보다 일이 몇배나 많아졌다" 고 아우성이다.

대구대 배일섭 (裵一燮.행정학) 교수는 "공무원의 편한 근무여건과 사기업의 높은 보수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결합돼 지방공기업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 고 진단했다.

그는 "때문에 지방공기업도 민영화해 경쟁토록하고 직원들에 대한 채용에서부터 인사고과와 이에 따른 보수지급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만성적자에서 헤어날 수 있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반=부산.대구.울산.창원 = 강진권.송의호.김상진.홍권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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