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세무조사 자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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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경기상황을 감안해 앞으로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올 세수가 당초 목표(122조1000억원)보다 1000억~2000억원 모자랄 것으로 보이지만 세수를 초과 달성하는 데 집착하지 않겠다"면서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무조사를 무리하게 강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정책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하고 있지 않다"며 "수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원화를 저평가(원-달러 환율 인상)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빠른 속도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현실화하면서 세금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세율 조정 등 보완책을 마련해가며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골프장 230곳 허가 문제에 대해 "규제개혁 차원에서 이를 허가해줄 것인지, 아닌지를 이른 시일 내에 결론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논란이 됐던 '시장경제 회의론'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본의를 해명하며 파문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그는 여권 내 386세대에 대한 비판 발언과 관련, "구체적으로 특정 386 정치세력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경제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30~40대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발언도 "시장경제를 보다 잘해야 한다는 애착과 의욕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인데 부정적인 뜻으로만 전달됐다"면서 "(상황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시장경제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 때문에 한국이 아직도 반시장적이라는 인식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심어준 것 아니냐, 개인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국가 신인도를 낮춘 셈이 아니냐'는 질문이 잇따르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이면서도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이 한 단계 높은 경제를 운용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피해 나갔다.

과거 신용카드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1998~2001년 금감위원장이나 재경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실질적 감독권이나 인.허가권이 없어 신용카드 정책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정책 변화를 논의하는 자리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 부총리는 24일부터 29일까지 제주도로 가족동반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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