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대책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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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호르몬 문제는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최대의 숙제다. " 최근 국내에서는 컵라면 용기에서의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미국.일본 등은 그 단계를 넘어 이미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해가는 중이다.

미국 환경청은 의회 요구에 따라 지난 96년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 오는 8월 환경호르몬을 가려내고 검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할 예정이다.

일본 환경청도 지난 5월 1백억엔의 예산을 들여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에 나선다는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환경호르몬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연세대 신동천 (申東千)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환경호르몬의 정확한 현황이나 피해 사례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록호 (金祿皓) 교수는 "현단계에서는 국내에서 어떤 오염물질이 환경호르몬인지 알아내는 게 시급하다" 며 "정부의 대책 수립때 화학물질을 생산.사용하는 기업대표도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된 컵라면 용기에 대해서도 아직 마땅한 대책이 없다.

환경부 한기선 (韓基善) 유해물질과장은 "컵라면 용기에서 검출된 스티렌다이머의 유해 여부가 판가름나야 하지만 각국 연구결과가 취합돼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경호르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약의 사용규제 및 관리강화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한국식품위생연구원 박길동 (朴吉童) 박사는 "미국은 채소류에 대해 출하전 잔류농약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유통중에도 수시로 표본조사를 한다" 고 선진국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문호 (鄭文鎬) 원장은 "선진국들은 농약을 독극물로 분류해 농약 운송차량에까지 시설기준을 두고 판매현황을 일일이 기록하게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강희곤 박사는 국내 농약관리 개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농산물 실명제를 확대해 농민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추적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 이라고 제안했다.

예컨대 대만처럼 도매시장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하는 동안 해당 농산물의 판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신동균 (申東均) 식품안전국장은 "대부분 농약은 자연상태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해되기 때문에 농민이 출하전 휴약 (休藥) 기간만 지키면 문제가 줄어들 것" 이라고 지적했다.

농약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농약중독 치료 전문가인 천안 순천향병원의 홍세용 (洪世鎔) 교수는 "이제는 농약으로 인한 급성질환 대책은 물론 환경호르몬 농약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만성 내분비계 질환 치료법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획취재팀 유규하.이영렬.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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