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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장]취업 1순위로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모 기업체 사내식당서 11년간 일해왔던 배명자 (42.경기도 광명시) 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갑자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병든 남편 대신 생계를 떠맡고 있는 배씨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일. 이후 배씨는 직업소개소를 뒤지고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직업소개소들은 입구에 아예 '아줌마 안구합니다.' 라고 써붙여 놓기까지 했다.

출판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해온 이근자 (44) 씨. 20년이나 출판사에서 일해왔지만 회사사정이 나빠지면서 계약직 여사원6명과 함께 지난 2월 해고됐다.

독신인 그 역시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입장. 그러나 계약직이었던 터라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실직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여성계.정부 여성관련 부처들이 여성실직자를 위한 대책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 여성들이 퇴출 1순위인 것은 잘 알려진 일. 그런데 이들 중에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실질적인 가장이 상당수 있는데다, 여성실직자 대부분이 정부의 실업자지원책에서 조차 소외돼 있어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주로 임시직.계약직.5인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해온 여성들은 실업급여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올 4월 현재 여성가장의 수는 8만5천명 (추산) . 여성단체연합과 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3일 실직여성가장을 돕기위한 모금공연을 갖고 5천여만원을 모았다.

이들 단체는 15일까지 모금을 계속한 후 실직 여성가장에게 50만원씩을 전달키로 했다.

노동부에서는 여성가장의 창업을 돕는 창업훈련 프로그램을 마련중이다.

훈련중에도 수당을 지급해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 노동부 엄현택 (嚴賢澤) 근로여성정책과장은 "여성실업대책을 마련, 장관에게 보고했다" 며 "2차 추경 예산안이 통과되는 대로 바로 지원에 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업이 여성가장을 고용할 경우 정부에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여성특별위원회에서는 남편이 실직했을 경우 아내가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요청했다.

아내라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실직가정에 다소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한편 8월17일부터 시작되는 2단계 공공근로사업에는 여성특위의 요청에 따라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사무직종이 포함된다.

사회복지시설보조원.통계조사원.청소년 상담 및 선도원.도서정리원.방과후 지도교사.소년소녀가장 단독세대 유급봉사원.실업상담센타 상담원.근로감독관 사무보조원이 그 것. 이 직종에 참여하고 싶은 실직여성은 10일부터 25일까지 시군구청의 취업정보센터나 민원봉사실.읍면동사무소의 취업알선창구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여성특위 나영희 (羅英姬) 정책담당관은 "여성들이 공공근로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해 앞으로 여성들을 위한 직종이 꾸준히 추가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이라고 당부했다.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에서는 '여성구직등록 운동' 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정영숙 (鄭永淑) 여성국장에 따르면 구직등록조차 하지않는 '구직포기' 상태인 여성실직자가 많다는 것. 구직등록을 하지않으면 실업자지원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성실업자 통계가 실제보다 낮게 잡혀 정부의 여성실업 대책을 끌어내지 못하게 된다.

노동단체는 이같은 구직등록을 노동단체나 민간여성단체가 대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관계 기관에 건의문을 발송했다.

비교적 사정이 좋아 재취업 훈련을 받고 있는 실직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제과.제빵.도배 등 일부 직종에 한정된 훈련을 통해서는 재취업이 요원하다는 것이 여성계의 판단. 이에 따라 여성특위에서는 7월부터 여성취업이 가능한 취업직종 파악을 위해 시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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