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오후]8.좌담회…입시 강박관념이 큰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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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과후 교육활동이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다양한 활동분야 강사명단을 마련해 현장의 강사확보를 돕고 있고, 또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장.교사들도 운영방안 마련에 바빠지고 있다.

보다 알찬 방과후 교육활동을 위해 현장에서 나오는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는 좌담회를 싣는다.

▶남암순 교장 = 방과후 활동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외부강사 채용에 따른 자격검증이 아닐까 싶어요. 방과후 교육활동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학교교육까지 신뢰를 잃게 돼요. 우선 외부강사를 엄선해야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강사자격을 엄격히 검증하기 위해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수시로 참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체계적인 강사교육은 어렵다 해도 채용하기 전 지역교육청 별로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주지시키는 정신교육 정도는 필요할 듯 합니다.

▶이영주 교사 = 중앙일보가 내려보낸 강사 데이터베이스는 양적인 강사 확보에는 매우 유용해요. 그러나 학교에서 원하는 적절한 우수강사를 뽑으려면 검증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현재 강서구교육청 관내 6개 협력학교들은 학교마다 자격이 검증된 우수한 강사들을 추천하는 우수강사 명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익균 강사 = 우선 중앙일보 강사DB제도는 많은 강사지원자들에게 매우 희소식이에요. 그런데 막상 강사로 채용돼 학교현장에 서게되면 이들이 학생통제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강사들이 채용되기 전 교육청 같은 데서 연수를 받을 기회가 필요할 것 같지만 강사들 자신도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나가고 학교 교사와도 믿음과 협조로 일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구상 장학사 = 강사들을 연수까지시켜 현장에 보낸다는 것은 어려운 얘기예요. 결국 자질이나 지도능력에서 검증된 강사를 선정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 잘하는 강사들도 많고 원하면 연수받을 곳도 많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강사를 채용할 때 사전.사후 검증을 철저히 하도록 강력히 권고합니다.

앞으로 강사활용에 대한 평가가 나오면서 강사들도 자연히 걸러지리라 봅니다.

▶이영 = 외부강사를 초빙하다 보면 매일 문열어주고 출석 체크해주거나 양식기재나 기안 등 많은 관리문제가 따라요.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강사들과 밀접하게 일을 하는 관리교사를 따로 두고 또 소액의 관리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규정상 모든 학교에 일반화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남 = 교사업무나 학교관리비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방과후 교육활동비의 일부 활용 등 관리비의 충당을 위해 좀 더 융통성 있는 재정방안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한 = 학교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요.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 실정에 따라 시설관리비에 대한 수익자부담 여부를 심의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관리수당지급은 현재 규정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과후 관련업무가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세용 학부모 = 시설관리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해 주면 가장 이상적일 것 같아요. ^이영 = 그런데 방과후 활동이 중학교에서 잘 안되는데요. 수요조사해보면 그 이유 중 하나가 입시 강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부모나 학생들은 방과후 금지된 교과목공부를 더 원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방과후에 교과목공부를 위해 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많아요. 오히려 방과후 활동을 이중부담이라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한 = 서울시 중학교에서는 방과후에 부진아 대상 외에는 교과목지도를 할 수 없게 돼 있지요. 이제 고교입시도 내신제로 바뀌고 앞으로 진로교육을 위해서도 다양한 교과외 활동들이 중시돼야 한다는 사실을 학부모들도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세 = 요즘 중학생들 중에는 학교는 무조건 싫다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프로그램마저 대부분 성인들의 구미에 맞는 활동들에 치우쳐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어요. '브레이크 댄스반' 같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됐으면 해요.

▶이익 =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되려면 필요한 교재.교구를 조달할 해결방안도 내놔야 합니다.

어떤 필요한 미술도구들은 학교가 마련해 줬으면 합니다.

▶이세 = 일반 소모품비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악기 같은 비싼 도구는 어렵습니다.

교육기자재 대여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요. 외국에서는 피아노 같은 것을 대여해주거나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바이올린 사이즈를 교환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가 방과후 활동을 한 후 학부모로서 사교육비도 줄이고 아이가 저렴한 가격으로 이것 저것 해볼 수 있는 여러가지 긍정적 경험을 하고 있어요. 방과후 교육활동이 계속 내실있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모든 인적,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정리 =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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