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꿰차기 힘들고 부상 일쑤 ‘3D 포지션’ 포수 씨가 마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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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포수할 사람 없나요.”

김인식(62) 한화 감독은 최근 “운동 잘하는 어린이가 있으면 야구를 권하고 싶다. 특히 포수를 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국내 프로야구에서 두드러진 포수 기근 현상을 꼬집는 말이다. 대부분의 팀이 ‘부상 중인 30대 선수’를 주전포수로 기용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하려 해도 자원이 없다. 힘 드는 데 비해 별로 빛이 나는 자리가 아니어서 지원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포수 구인난 ‘동병상련’=김성근 SK 감독은 주전 포수 박경완(37)이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자 트레이드 카드까지 꺼내 들고 포수 물색에 나섰다. “정상호마저 다치면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포수 기근’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어린 포수나 야구를 그만둔 포수를 찾아 키워 보겠다”며 일본으로 포수 인스트럭터 물색에 나섰다. 김재박 LG 감독도 같은 고민이다. 지난해 김재박 감독은 포수 출신 구단 프런트였던 김정민(39)을 선수로 복귀시켰다. LG 주전포수를 꿰찼던 김정민은 지난 5월 왼쪽 아킬레스건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현재는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은 조인성(34)이 포수미트를 끼고 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포수 때문에 두 차례나 결단을 내렸다. 주전포수 진갑용(35)이 지난달 18일 롯데전을 앞두고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자 2군에 내려보냈다. 나이를 고려해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현재윤(30)이 28일 두산전에서 왼쪽 골반을 다치면서 진갑용은 30일 서둘러 1군에 등록했다.

◆포수 구인난 이유는=각 구단에는 5명 이상의 포수가 있다. 그런데도 팀들은 “1군에 올릴 만한 포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포수는 ‘그라운드의 사령탑’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위치다. 김인식 감독은 “적어도 5년은 가르쳐야 포수 역할을 제대로 하는데 그럴 선수가 몇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감독도 “5년 정도 1군 경기를 지켜보고, 2000이닝 정도는 소화해야 경기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주전 포수는 장기 집권한다. 다른 포지션은 20대 후반이면 베테랑 소리를 듣지만 포수는 30대라도 경험을 쌓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포수로서 1군이 되려면 다른 포지션보다 오래 버텨야 한다. 재능 있는 선수들 시선이 다른 포지션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5㎏ 안팎의 장비를 두르고 수없이 앉았다 일어나야 하는 포수는 아마야구에서도 기피 포지션이다.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미국은 한국보다 포수의 세대교체가 빠른 편이다. 미국은 루키리그-싱글A-더블A-트리플A를 통해 노련한 포수가 양성된다. 메이저리그는 완성된 선수를 데려다 쓰면 된다. 반면 한국은 젊은 포수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경기는 2군리그가 고작이다. 그렇다고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일. 아마야구 육성위원장을 지낸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은 “감독과 구단 모두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야구에서도 가장 똑똑한 선수에게 포수를 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재목조차 프로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포수는 꾸준히 경기에 나갈 경우 시간이 흐르면 확연히 달라진다. 한 시즌 성적이 나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포수를 길러야 세대교체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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