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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23일부터 대학로서 '98 독립예술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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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가계가 쪼들리면 문화비 지출부터 삭감하는게 인지상정. IMF위기가 닥친 이후 '실험성' '자생적 대안문화' 등을 외쳐온 소위 언더그라운드 문화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돈 없다고 사고 못 치랴. 묵묵히 '땅밑 달리기' 를 해오던 이들이 여름의 막바지에 또하나의 '대형사고' 를 준비하고 있다.

이름하여 '98독립예술제' .8월23일부터 9월15일까지 대학로에서 진행될 이 축제는 클럽밴드들뿐 아니라 영화.연극.무용.마임.미술.사진.만화 등 9개장르 62개팀이 총출동하는 자리다.

강아지문화/예술, 인디 레이블, 인디포럼, 연극원1기 프로젝트팀, 미술그룹 삐라통, 무용그룹 가관, 고재경 마임팀, 월간만화 히스테리 등 일단 식단은 풍성해 보인다.

"그 곳에 가면 항상 축제가 열린다" 는 컨셉으로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와 동숭아트홀.혜화 전철역 등에서 거리예술제.무대예술제.지하전시전을 벌일 예정이다.

"대안문화로서 자리잡기를 바라는 동지의식을 지닌 창작자들이 모인 자리다. IMF시대라고 무작정 돈되는 것에만 집중투자한다면 비주류문화의 가능성은 그냥 묻히고 말 것이다. "

주류와 비주류의 충돌과 소통, 나아가선 주류문화의 상업성과 엄숙주의를 극복하는 대안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규석 집행위원장이 설명하는 행사취지다. 동시에 80년대 말부터 눈에 띄게 양적으로 팽창해온 비주류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의 의미도 있다.

"독립예술제는 그간 소위 '언더' 를 자처해온 사람들이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숙도 이뤄냈는지 판가름하는 자리가 될 거다.

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노력해서 보여준다" 는 마음가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가령 이대 무용과 5명으로 구성된 무용그룹 가관은 '은하철도 999' 춤을 춘다.

무용과 출신답게 정해진 코스를 갔다면 엄두도 못 낼 시도다. '다양성' 이 분출되는 것이다. 고재경 마임팀이 록밴드 마고의 전자음과, 또 최소리씨의 북소리와 어울릴 수 있는 것도 그래서 가능하다.

'10만원 영화제' 는 필름작가들에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던 비디오작가들이 대중에게 한발 다가오는 자리. 이쯤 되면 미국.유럽 등의 프린지 페스티벌 (fringe festival:실험적이고 대안적인 비주류문화인들이 모이는 축제) 도 연상된다.

추진위의 가장 큰 바람은 한데 모인 에너지가 다시 각 부문에 발전적으로 환원되는 것. 8월말 대학로에서 분출될 '문화예술의 시너지' 가 궁금해진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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