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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월드컵]아르헨-잉글랜드 32년 악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르헨티나의 GK 카를로스 로아가 잉글랜드 키커 데이비드 배티의 킥을 걷어내는 순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광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제2의 포클랜드 전쟁' 으로 불린 이날의 승리는 아르헨티나에 8강 진출의 의미를 뛰어 넘는 '역사적인 사건' 이었다.

거듭되는 월드컵에서의 악연과 82년 포클랜드전쟁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된 국민감정. 아르헨티나는 패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 그라운드를 누볐고 그 집중력이 승리를 불렀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는 66년 잉글랜드월드컵을 얼룩지게 한 '웸블리 구장의 격투' 이후 천하의 앙숙이 돼버렸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주장 라틴이 퇴장한 가운데 1 - 0으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주심을 포함해 12명이 싸운 잉글랜드를 10명으로 감당할 수는 없었다' 며 울분을 토했다.

악연은 86년 멕시코월드컵으로 이어졌다.

포클랜드 전쟁이 끝난지 4년 뒤여서 아르헨티나 - 잉글랜드의 준준결승전이 치러진 그라운드에는 전운마저 감돌았다.

아르헨티나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두골을 넣어 2 - 1로 이겼다.

그러나 마라도나의 선제골은 '신의 손' (핸들링) 으로 넣은 골이었다.

런던의 도박사들은 1 - 1 무승부를 예상한 측에 배당금을 주어 간접적으로 마라도나를 비난했다. 잉글랜드는 이번 프랑스월드컵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엔 면허받은 '신의 손' 로아의 펀칭에 걸려들었다.

잉글랜드의 패장 글렌 호들 감독은 "다시 먹기엔 너무 쓴 약" 이라며 비통해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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