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살리기 영화관 광고는 ‘MB 아이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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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대운하를 임기 내엔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엔 ‘대운하가 아닌 4대 강 살리기 사업만은 제대로 추진해 보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4대 강 살리기의 필요성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은 최근 이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4대 강 살리기 홍보 광고를 영화관에서 틀자는 아이디어도 이 대통령이 직접 냈다. 청계천 복원사업 때 서울시내 영화관에서 홍보물을 상영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봤던 경험을 이 대통령이 떠올리며 “4대 강 살리기도 영화관에서 홍보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참모들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모들은 1분30초짜리 홍보 광고 ‘대한늬우스’ 두 편을 제작했고, 지난 25일부터 전국의 52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KBS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형식을 딴 코믹 광고물이다. 광고 제작 과정에서 현재 야당 등에서 나오는 비판처럼 일부 참모가 ‘일방적 홍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주저하자 이 대통령이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느냐”고 질책했다는 이야기도 청와대 내에 돌고 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4대 강 살리기에 큰 애착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이 대통령의 고민은 ‘대운하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에 집중됐고, 그 해답은 ‘임기 중 대운하 포기 선언’이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4대 강 살리기마저 대운하와 연계돼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4대 강 살리기를 대운하와 연결시키는 의구심의 바이러스를 더 이상 퍼뜨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당초 이 대통령이 ‘대운하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때의 캐치프레이즈는 “물길을 이으면 마음도 통한다”였다. 국민 통합을 위해 결심했던 대운하사업을 ‘국민 통합’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역설적이란 소회가 참모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믿음엔 변화가 없다” “정치하기 오래전 민간 기업에 있을 때부터 생각해 왔고, 꼭 해야 할 사업이어서 중심적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란 말들로 대운하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부정엔 관용 없다”=이 대통령은 ‘중도강화론’과 관련해 “우리나라 사회 갈등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해당된다는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갈등과 분열상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선진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얘기하는 중도실용도 무슨 거창한 이념을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갈등하며 분열하지 말고, 국가에 도움이 되고 특히 서민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마음을 모으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벌점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생계형 직업 운전자들에 대해선 특별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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