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의 대상 ‘롱다리’ 암에는 더 잘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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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젊은 층의 선망 대상인 ‘롱다리’가 각종 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성주헌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송윤미(가정의학) 교수 팀은 다음 달 1일 발매되는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역학회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이 실린다고 29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은 키가 5㎝ 커질 때마다 5%씩, 여성은 7%씩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두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자료(1994∼2003년)와 암 등록사업 자료를 바탕으로 40∼64세 남녀 78만8789명을 분석했다. 그동안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 키와 암의 상관관계를 밝힌 논문은 있었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남녀를 키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눈 뒤 키가 가장 작은 그룹(남성 164.5㎝ 이하, 여성 151㎝ 이하)의 암 발생 위험을 기준으로 키가 큰 그룹들의 상대적인 암 발생 위험을 산출했다. 남자 폐암의 경우 169.5㎝ 남자가 164.5㎝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7% 높고, 174.5㎝ 남자는 15% 정도 높다는 뜻이다. 남자는 위·췌장암, 여자는 위·직장·자궁암이 키와 상관관계가 없었다.

삼성서울병원 송윤미 교수는 “암 발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령,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 지수(BMI), 흡연·음주 여부, 규칙적인 운동 여부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고 말했다.

암 중에서 키가 클수록 발생 위험이 가장 커지는 암은 남녀 모두 갑상선암이었다. 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도 키에 비례해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암으로 드러났다.

국립암센터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여성 50여만 명의 건강 자료를 분석한 결과 키가 160㎝ 이상인 여성은 157㎝ 이하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센터는 얼마나 확률이 높은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 노정실 박사는 “(이번에 발병 위험이 높게 나온) 전립선암·유방암·대장암·갑상선암은 우리 국민이 서구식 식생활을 시작하면서 대폭 늘어난 대표적인 암”이며 “어릴 때의 고지방·고열량 식사가 키를 더 자라게 함과 동시에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성주헌 교수는 “키가 크다는 것은 어릴 때 충분하거나 때로는 너무 많이 영양을 공급받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간접 지표”라며 “유·소년기의 영양 상태가 인슐린·IGF-1·스테로이드 등의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인슐린, 이와 유사한 IGF-1 성장인자가 전립선암·유방암·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키 큰 사람의 장기(臟器)가 크고, 세포수가 많아 그만큼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암센터 김정선 암역학연구과장은 “외국의 폐경 여성 대상 연구에서 키가 클수록 난소암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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