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행]중요서류 무더기 파기…부실은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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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퇴출은행 인수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은행들은 이날 인수팀을 퇴출은행 본.지점에 보냈으나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관련 중요서류를 파기했거나 직원 퇴직금을 미리 개인계좌에 입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출근거부.전산망 암호 교체.금고열쇠 감추기.전산망 끊기 등 퇴출은행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에 부닥쳐 인수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 중요서류 파기 = 충청은행이 주주회사들에 대한 여신현황 등 중요서류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나 조직적 경영부실 은폐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은행 인수팀은 29일 대전시중구 충청은행 본점 지하 2층 쓰레기처리장에서 수백종의 서류가 파쇄기로 잘게 잘린 채 들어 있는 마대자루 4개와 라면상자 2개를 발견했다.

파기된 서류중에는 거액을 대출받은 업체의 여신변동명세서와 이사회 여신의결서 등 보존연한이 최고 10년을 넘는 중요문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또 한화그룹.계룡건설.우성사료.동양백화점 등 주주회사들에 대한 여신 및 담보물 명세표 등도 훼손된 채 발견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충청은행측이 인수뒤 불법대출 시비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근거서류를 일부러 파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밝혔다.

◇ 인수방해 = 서울 동화은행 본점에서는 28일 오후부터 전국에서 모인 직원 1천여명이 출입문을 막고 신한은행 인수팀의 출입을 막았다.

전산실 직원 50여명은 29일 오전2시쯤 입금내용 전산자료 등이 담긴 상자 20여개와 각 지점의 금고.출입문 열쇠를 챙겨 잠적, 본점과 전국 1백23개 지점.출장소의 업무가 마비됐다.

노조측은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가시적 대안이 있어야 인수작업에 협조하겠다" 고 밝혔다.

충청은행 본점에는 29일 오전7시 하나은행 인수팀이 도착했지만 전산실 문이 잠겨 있고 직원들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채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충청은행은 28일 밤 직원 1천4백75명의 퇴직금과 3월 반납급여 등 5백20억원을 개인별 계좌에 입금했다.

인천시남동구 경기은행 본점 직원들은 전날 밤 전산시스템을 꺼 놓고 시스템작동 암호까지 바꿔 버린 채 전원 출근하지 않았다.

부산시동구 동남은행과 대구시수성구 대동은행 본점에서는 주택.국민은행 인수팀이 오전7시쯤 마찰 없이 금고와 전산실을 접수했으나 직원들의 협조거부로 인수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동은행 대구.부산.대전지역 노조원 1천여명과 동화은행 직원 등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 고객 불편 = 이날 오전 동화은행 상계동지점을 찾은 김귀자 (金貴子.44.여.피아노학원 운영) 씨는 굳게 닫힌 문앞에서 "재산세.아파트관리비 등을 납부해야 하는데 돈을 찾지 못해 연체료를 물어야 할 형편" 이라고 말했다.

경기은행 본점을 찾았다가 허탕친 인천시남구도화동 세광기계 대표 김정일 (48) 씨는 "30일이 만기인 어음 7백50만원을 막아야 하는데 업무가 정지돼 큰일 났다" 며 발을 굴렀다.

사회부.전국부.경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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