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피크원정대-한일간 선의의 경쟁

중앙일보

입력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히말라야, 골든피크(7027m) 아래에서 한·일 알피니스트들이 우정을 나누며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K2스팬틱골든피크원정대(K2코리아·중앙일보 후원) 베이스 캠프 바로 옆에 일본 등반팀이 최근 캠프를 차렸다. 골든피크 직벽 루트는 2000년 러시아 연합등반대가 완등한 이후 등반 시도가 없었던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비슷한 시기에 두 팀이 찾아왔다. 검은 바위 아래 삭막한 빙하는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해졌다. 김형일(41)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28일 먼저 정상 도전을 시작했고, 일본팀은 다음달 초 골든피크 공략에 나선다.

◆어려운 왼쪽코스 도전=한·일 원정대는 지난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양쪽 모두 어눌한 영어로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의미 만큼은 명확히 이해했다. 말보다 눈빛과 가슴으로 통하는 '산쟁이'식 의사소통 덕분이다. 이치무라 후미타카(32)와 아마노 카즈아키(32), 사토 유스케(29) 등 세 명으로 구성된 일본 원정대는 한국보다 어려운 루트를 선택했다. 일본 원정대 리더 이치무라는 "필라(기둥) 왼쪽으로 직등 루트를 뚫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김형일(41) 원정대 대장이 "그 쪽은 세락(얼음 기둥)이 많아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이치무라는 그냥 웃었다.

◆철저한 아마추어리즘=일본 고산등반가들의 히말라야 원정이 대부분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한다. 세 사람 중 이치무라는 회사원이고 아마노와 사토는 등반장비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치무라는 "원정 비용 중 일본산악회에서 지원해준 3000달러 외에는 우리끼리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토는 "이번 등반을 위해 두 달간 휴가를 냈고 그 동안은 월급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국의 최첨단 등반장비,의류,식량을 보며 "스고이(대단하다)"를 연발했다. 이들은 스폰서가 없다는 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하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마노는 "일본은 언론이나 기업,국민들이 히말라야 등반에 큰 관심이 없다. 유명 산악인이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등반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만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피켈상의 영예도=이치무라와 아마노, 사토는 '2009 황금피켈상(피올레 도르·Piolets d'Or)' 수상자다. '황금피켈상'은 프랑스 산악잡지 '몽타뉴'와 유럽고산등산협회가 그 전 해 뛰어난 업적을 남긴 등반가에게 주는 권위있는 상이다. ^고정로프를 사용하지 않는 등반 ^셰르파의 도움을 배제한 등반 ^무산소 등반 등 알파인 스타일로 인간한계에 도전한 모험적인 산악인에게 주로 수여된다. 2006년부터는 '아시아황금피켈상'이 따로 제정됐다. 황금피켈상 수상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아마노는 "다른 점은 거의 없다. 단지 황금색의 무거운 피켈 한 자루만 더 늘었을 뿐이다. 색깔만 금색이지 실제로는 금도 아니다"고 농담을 했다. 올해는 이치무라 팀 외에도 또 다른 일본팀과 스위스팀 등 세 팀이 공동수상했다.

골든피크(파키스탄)=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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