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나라 경사 때 벌인 광대놀이 '산대희' 다시 왔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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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청나라 사신 아극돈이 1725년에 그린 조선에서의 산대희 장면. 그림 오른쪽 수레바퀴가 달린 조형물이 이동식 산대인 ‘예산대’다. 중국 중앙민족대학 도서관 소장.

조선시대 대표적 민속 축제였던 '산대희(山臺戱)'가 처음으로 재현된다.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실학 축전'의 주요 행사로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 효원공원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임진택 축전집행위원장은 "산대희는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면 국가 주도로 경기도 일대의 광대를 동원해 펼쳤던 '축제의 대명사'였다"며 "무대 장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한국에 남아 있지 않아 청나라 사신 아극돈이 1725년에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공연의 내용은 "줄타기.풍물놀이.탈춤 등 전통 연희에다 현대판 마당극을 병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김덕수 교수와 이 과 출신 70여명이 전통 연희를 펼칠 계획. 마당극 인원까지 합치면 모두 100여명이 출연한다.

'산대'란 산 모양으로 만든 거대한 야외 무대를 말한다. 한 세트의 높이가 16~20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삼신산(三神山, 봉래산.방장산.영주산)을 형상화했다. 이 산대의 위와 아래에서 광대들이 펼쳤던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歌舞百戱)가 바로 산대희다.

손태도 문화재전문위원은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뉜 산대는 보통 고정식 세트지만 수레바퀴가 달린 '예산대'(曳山臺.이동식 산대)도 만들었다"며 "이번에 복원하는 것은 높이 9m의 중급 이동식 산대"라고 밝혔다. 중국의 그림에 나오는 것이 예산대이기 때문이다.

'온갖 놀이(百戱)'의 항목을 보면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전통 민속놀이가 다수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줄타기와 풍물을 비롯해 버나(접시돌리기).덜미(꼭두각시 놀음).얼른(요술).탄도(呑刀:칼물기).장대타기.처용무 등이다. 온갖 놀이를 한자리에서 펼치던 대규모 산대희는 정조대인 1784년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라는 이유로 중단된 뒤 맥이 끊겼다고 한다.

◇실학 축전=경기도와 경기도문화재단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기 위해 5년 동안 준비해온 중점 사업. 경기도 문화의전당, 수원 화성, 남양주 다산유적지 등에서 실학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공연.학술대회를 열어 '실학 바로 알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남양주에 '실학 박물관'도 세울 계획"이라며 "'경기도=실학'이란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익.유형원.정약용.김정희.안정복 등 이름난 실학자들의 본거지가 현재의 경기도 시.군에 있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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