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형(WWW)’ 경기 흐름을 아시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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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24면

‘V, U, W, L…WWW.’

 글로벌 경기 변동 모습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최근에는 ‘닷컴 형태(WWW)’를 보일 것 같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인 마크 길버트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과 하강을 불규칙적으로 되풀이해 “WWW 형태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이코노미스트가 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이런 예상을 하는 대표적 인물이 바로 ‘닥터 둠’인 마크 파버 마크파버투자자문 대표다. 그는 “많은 사람이 더블 딥(W)이나 U자형 흐름을 예상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경기 침체를 바탕으로 한 전망”이라며 “내가 보기에 이번에는 닷컴(WWW)형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WWW형 진행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경기 회복→인플레이션→긴축→다시 침체’라는 악순환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위기로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아 펀더멘털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동성 증가가 낳은 일시적 회복과 다시 하강이 상당 기간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소수설이다. 다수설은 U자나 W(더블딥)자 형태다. U자 형태는 침체 기간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회복되는 것을, W자는 회복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는 얘기다. 누리엘 루비니가 운영하는 경제분석회사인 RGE모니터는 최근 더블딥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8년 미 경제가 V자 형태로 가파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거치며 힘을 잃었다. L자는 다시는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패닉이 발생하자 소수의 전문가들이 L자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힘을 얻지 못했다. 위기에서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이전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경기 흐름을 알파벳 모양에 비유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부터다. 79년 말에 시작된 미 경제 침체가 80년 하반기에 일시 회복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자 ‘더블딥(W)’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91년 경기 침체를 계기로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이 V와 U자에 경기 흐름을 비유했다. 하지만 알파벳에 경기를 비유하는 것은 이해는 쉽지만 엄밀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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