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설 솔솔 … 고정금리형에 눈길 가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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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26면

정부가 주택담보 대출을 죄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구두 개입’에 그치지 않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실제 창구 지도를 하고 있다. 주택 대출을 늘리려던 은행들은 서둘러 대출 총액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은행은 주택담보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금리 인상설도 흘러나온다. 이래저래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거나 받으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해지는 국면이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 - 주택담보 대출

올해 주택담보 대출은 가산금리가 높은 게 특징이다. 주택담보 대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금리변동 상품은 대개 3개월물 CD금리에 위험 프리미엄을 얹는 방식으로 금리가 정해진다. 가산금리는 종전 50~200bp(100bp=1%)에서 200~300bp 선으로 높아졌다. CD금리가 지난해 말 이래 3%포인트가량 급락해 조달 금리 대비 역마진이 발생하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처한 결과다. CD금리는 두 달째 2.41%에 머물러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5%대 초반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은행 백미경 정자중앙지점장은 “만기 대출을 연장하는 경우 종전보다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되므로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불만스러워하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금리가 오를 경우 요즘 대출을 받은 차입자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가산금리가 높아서다. 따라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대출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 대출을 받기 전에 은행 측에 CD금리가 오를 경우 새로운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지 문의해 대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은행들은 CD금리가 오르더라도 은행채 등의 조달 비용이 늘지 않는다면 가산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출 가능성이 크다. 최종 대출 금리는 CD금리 상승 폭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 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은행이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다만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금리가 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은행들은 커지는 위험에 대비해 현행 가산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올릴 것이다.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금리 변동에서 자유로운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대출이나 변동 폭을 묶는 ‘밴드형’ 상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변동 주기를 1, 3년으로 장기화하고 기준금리도 CD와 금융채 금리를 평균해 적용하는 보험사 상품 역시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금리 수준은 일반 변동금리 대출보다 높지만 ‘안심 비용’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정금리 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5일부터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상품으로 쏠리는 고객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5.9~6.35%다. 인터넷 전용상품인 ‘e-모기지론’의 경우 보금자리론에 비해 만기별 금리가 0.2%포인트 낮아 연 5.7~6.15%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연소득(부부 합산) 2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추가로 금리를 깎아 준다. 금리를 바닥 수준으로 본다면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 주택금융공사 최혁순 파트장은 “연 5.7% 수준이면 은행권의 변동금리 상품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고 LTV가 70% 적용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대출을 받은 주택은 매매할 때 대출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프리미엄을 주고받는다. 일례로 50만 달러, 연 5%, 잔여 만기 30년 대출을 낀 주택의 경우 시장금리가 7%로 높아졌다면 월 상환액이 642달러씩 줄어드는 셈이다.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10만 달러에 달한다.

밴드형 대출은 가산금리가 높지만 금리 상한과 하한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연 5%의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고 상한선을 6%, 하한선을 4%로 정했다면, 금리가 7%로 오르더라도 6%만 내면 되고, 3%로 떨어져도 4%를 내는 식이다. 신한은행의 ‘금리상한모기지론’,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 등 은행마다 밴드형 상품이 구비돼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상환 부담을 계산해 보면 변동금리 대출이 주택금융공사 고정금리 대출보다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2005년 5월 2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지난 4년간 낸 이자는 변동금리 대출(4.32~7.65%)이 2318만원으로 고정금리(연6.25%) 대출 2356만원보다 38만원 적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별하지 않는 고정금리 대출과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변동금리 대출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자 부담 차액이 38만원에 그쳐 고정금리 대출이 매우 적은 비용으로 금리 변동 위험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금리 변동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전망이 다르므로 선택이 필요하다”며 “다만 저금리 시기이므로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은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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