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시작 … 2004년 수익률 조작했다 적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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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26면

국내 첫 주식 실전투자대회는 1999년 4월 6일부터 그해 6월 30일까지 한화증권이 개최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보급 초기 시절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투자대회를 통해 주식 계좌 수와 약정액도 늘어났다. 최근 대회를 열었던 한 증권사는 대회기간 동안 1300억여원의 약정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대회 총 상금이 보통 1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로서는 남는 장사인 셈이다.

주식 실전투자대회 이모저모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2개월여 동안 세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과거에는 더 높았다. 2003년까지 11차례 열린 한화증권 투자대회에서 두 차례를 빼고는 우승자의 수익률이 1000%를 웃돌았다. 대우증권이 2003년 6월부터 9월까지 개최한 대회의 우승자는 4650%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참가자들 사이에서 수익률 조작 문제가 제기됐다. 공공연히 알려졌지만 수면 하에 잠복했던 문제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2002년부터 각종 수익률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던 한 투자자가 주가조작 혐의로 적발됐다. 그는 차명계좌를 활용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수법을 썼다. 이후 증권사들은 대회 때 시가총액·거래량·주가 등을 감안해 수익률 반영 종목을 제한한다. 이후 대회에서 우승자의 수익률이 대체로 낮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수상자들 가운데는 증권사에 입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입사 이후 성과는 대체로 좋지 않았다. 굴리는 돈이 늘어나 관리가 어려울 뿐더러 대회 때 쓰던 초단타 매매 기법이 큰돈 굴리는 데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돈을 벌어주기보다는 내 수익을 온전히 챙기는 게 낫다는 이유로 전업 투자자의 길을 고집하는 이들도 많다. 일각에선 대회 수상경력을 내세워 투자 카페를 개설하고 일반인들에게 불법 자문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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