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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성급해 적잖은 부작용에 시달릴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0호 30면

Q.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장 시스템 개혁 등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 그가 한번에 많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언론이 그렇게 보도하고 있을 뿐인가요?(미 켄터키 루이스빌에서 팀 무어)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15>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

A.언론이 부풀려 보도하는 게 문제라면 걱정이 없겠습니다. 그렇지 않아서 문제지요.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규모가 14조 달러에 이르는 나라(미국)를 이끌면서 단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입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리더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경제위기의 순간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사람들은 불안해합니다. 겁먹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화가 나 있기도 합니다. 당장 문제를 해결하라고 성화입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큰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서둘면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결과에 대한 치밀한 분석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논쟁하고 갑론을박하는 일을 좋은 과정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발생한 뒤 돌이켜 보면 논쟁이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워싱턴에서는 이런 논쟁이 없습니다. 워싱턴이 사실상 일당 지배를 받고 있는 탓으로 보입니다.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당이 워싱턴을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지금까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유된 가치도 없고 리더도 없습니다. 그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중요한 세 가지 개혁이 사전 논쟁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의료보험 개혁을 볼까요. 의료산업은 미 경제의 20%를 차지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은 엄청난 돈을 쓰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안대로 이뤄지면 관료 조직만 비대해지고 비용은 더 커지며 혜택은 별 볼일 없습니다. 비용으로 1조 달러 정도 들 것으로 보입니다. 제발 누가 그런 정책이 작동한 적이 없었다고 말 좀 해 주실래요?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의료보험의 근원 문제에 대한 토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말기 암환자 등 살 확률이 낮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얼마나 돈을 써야 하는가’ 등의 의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보장 시스템은 계속 돈 먹는 하마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성급함이 엿보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 영역에 방대한 규제의 그물망을 펼치려고 합니다. 미 경제 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변화가 야기하는 비용을 누가 실제로 부담할 것인지가 불분명합니다. 아주 심각한 부작용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돈을 더 쓰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하는 논리를 들먹이며 변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미래의 정부 세수를 부풀려 잡거나, 경제성장률을 1970년대나 80년대, 90년대보다 높게 추정하는 식입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성장하고 정부 세수가 이만큼 늘어나니 지금 이 정도는 쓸 수 있어’라는 식이지요. 하지만 세계화 때문에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또 빚을 늘린 기업과 가계가 허리띠 졸라매기(디레버리징)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미 경제성장률이 기대만큼 높을 수 없다는 얘기지요. 이런 상황에서 급증한 정부의 빚은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에서 매출 추정은 주로 합리화·정당화 논변일 때가 많습니다. 희망을 담아 미래 매출을 추정한 뒤 현재 지출 계획을 정당화하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계획을 세운 리더는 당장 편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자리에서 떨려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바마도 같은 운명이 될까요? 지금 우리 부부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경제 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급한 변화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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