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6월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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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 달의 심사평 빠른 성장이라는 계절의 특성 때문인가. 자연의 몸짓마다 생명을 불어넣으며 감정을 이입하는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감정 자체로 끝나지 말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그 이상의 세계로 확장해갈 수 있다.

장원으로 모정희씨의 ‘레밍 딜레마’를 뽑는다. 들쥐 레밍의 무의식적 자살 습성을 기차 속 화자의 심리와 연결한 발상이 신선하다. 기차 안의 낯선 풍경들이 ‘환청’과 ‘바퀴’로 전환되는 장면은 현대사회의 속성을 일깨운다. 그렇듯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풀잎 끝 ‘초승달’처럼 희망을 발견하며 사는 것이라는 자기 암시가 전언으로 남는다.

차상은 김종연씨의 ‘줌인’이다. 셋째 수의 감각적 표현들이 제목을 특히 잘 살렸다. 줌인으로 잘 당겨서 시각화한 마무리와 달리 앞 수의 상투적 표현들에서 밀도가 떨어졌다. 시조의 유기적 구조미를 살리지 못하면 이완되니 유념하길 바란다.

차하는 김경숙씨의 ‘밀착’으로 한다. 제목이 너무 관념적이지만 늦은 밤 구겨진 셔츠를 다리는 과정을 각 수에 긴밀히 엮고 있다. 생활 속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좋았으나, ‘무언 저항’과 ‘황소’ 같은 작위적 표현들이 상상력을 맴도는 느낌이다. 구본규(LA 거주)·원제근·서경·최은지 씨는 더 알찬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정수자·박현덕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 그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연락처를 꼭 적어주십시오. 접수처는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백일장 담당자 앞(우: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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