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취업 포기한 ‘청년 니트족’ 113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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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좋은 일자리가 생기기만을 기다리는 청년 니트(NEET)족이 11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는 청년실업자(32만8000명)의 세 배가 넘는 숫자다. 니트족이란 취업한 것도 아니고 교육이나 취업 훈련을 받지도 않으며(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그냥 집에서 쉬는 사람을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보고서가 규정한 ‘한국형 청년 니트족’은 괜찮은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취업 준비 상태에 머물면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15~29세의 청년층이다. 공식적인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실업자는 그나마 일자리를 찾겠다는 의욕이라도 있지만 니트족은 아예 취업할 생각을 않고 있으니 가정이나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7.6%로 평균 9%가 넘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청년실업률보다 낮았다. 그러나 같은 연령대의 고용률은 OECD 평균치인 54%보다 훨씬 낮은 40%에 불과했다. 이처럼 청년실업률과 고용률의 괴리가 큰 것은 취업하지도 않고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 니트족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 청년실업률만을 따질 게 아니라 이들 청년 니트족까지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실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는 사회가 결코 건강할 수는 없다.

전경련은 니트족이 늘어난 이유의 하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의 보수가 낮고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정규직이 못 될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대우나 장래성 면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젊은이들도 막연히 좋은 일자리만을 기대하며 귀중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낮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취업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