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즐겨읽기] “꿈꾸기를 포기한 사회에 꿈 팔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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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드림셀러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박원복 옮김
시작, 334쪽, 1만원
원제 : O Vendedor de Sonhos

한 남자가 도심 한복판 20층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지려 한다. 정신과의사도 경찰도 말리지 못한 그를, 노숙자 차림의 한 남자가 나타나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통해 죽음의 유혹에서 건져낸다. 그는 자신을 ‘꿈을 파는 사람’, ‘인생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사람에게 쉼표 하나를 파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자살하려던 남자를 비롯해 주정뱅이, 사기꾼, 거식증을 앓는 모델 등이 ‘드림 셀러’의 제자가 되어 따른다. 현대판 예수와 열두 제자를 떠올리는 이들은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브라질의 심리학자·정신과 의사 겸 작가인 아우구스토 쿠리의 소설 『드림셀러』(시작)를 읽으며 떠오르는 건 끊임없는 의심이다. ‘설마 노숙자 같은 남자의 말에 설득돼 인생을 바꿀까?’ 그러나 삶의 불편한 진실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와 부지불식간에 마음을 뒤흔든다. 탁월한 심리치유소설이다. 『드림셀러』를 비롯한 그의 작품은 브라질에서만 900만 부, 전세계에서 3000만 부 이상 팔렸단다. 그러나 스타 에 대한 지나친 추앙을 ‘병든 인류의 한 증후’라 생각하는 작가는 ‘사회의 노예’가 되길 거부하는 의미에서 은둔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브라질의 어느 숲속에서 집필 중이라는 작가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주인공이 자살을 기도하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자살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데.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늘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선 1분에 한 명씩 목숨을 끊는다. 모든 자살은 삶에 대한 열망을 내포하고 있다. 생명을 끊기보다는 고통, 우울한 마음, 고뇌, 존재론적 허무함을 없애고자 하는 열망이 큰 것이다. 나는 브라질의 유명인사와 부유층 인사들의 정신적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그들은 궁전 같은 집에서도 비천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자신의 정신적 의미를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정신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를 정신병원에 빗대는데.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사회가 거대한 정신병원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정신병원에서 정상인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안해하는 반면, 비정상인은 나무·꽃들과 대화하며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레저산업은 전례 없이 성황임에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상품과 서비스는 어마어마하게 소비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나 꿈은 찾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정보만 반복 재생하는 인간을 배출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꿈꾸기를 포기한 사회에 꿈을 팔고 싶었다. ‘사고 팔 수 있는’ 가장 큰 꿈은 우리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고통받는 모든 이의 정신적 잔해 속에는 보물이 하나씩 존재한다.”

-어떻게 ‘드림 셀러’의 길로 접어들었나.

“의과대학을 다닐 때 우울증을 앓았다. 다행히 그 위기는 내면세계로 여행하는 기회가 됐다. 응용심리학 관련 책을 20권 넘게 썼다. 그러나 지식을 대중화하려면 독자들이 그 과정을 즐겁게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설가가 됐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말은.

“무덤이라는 작은 무대에서 인간 존재의 마지막 행위를 마감하는 날. 나는 사람들이 ‘여기 부유하고 유명한 지식인 하나가 잠들다’가 아니라 ‘여기 꿈꾸길 포기한 현대사회에서 꿈을 팔았던 한 인간이 잠들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또, 우리 모두가 꿈을 파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꿈을 꾼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길. 설령 실패해도 눈물 흘리길 두려워하면 안 된다. 만약 눈물을 흘리게 되어 죽음을 떠올리게 되더라도, 삶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항상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어야한다. 이미 학식이 높기로 정평 난 한국인들이 자기 존재의 여정을 걸어가는 나그네가 되고, 자기 정신의 주인이 되길. 그리고 자기 생각의 관리자이자 자기 감정의 보호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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