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유작시 30편 문학사상 7월호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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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 17일로 3주기를 맞았던 김동리 (1913~95)가 남긴 시 30편이 '문학사상' 7월호에 공개된다.

김동리는 79년 단편 '만자동경 (曼字銅鏡)' 이후 평론 외에는 신작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 후 10년 만인 89년 '민족과 문학' 창간호에 시 9편을 선보이고 이듬해 뇌졸중으로 병석에 눕게 된 것. 이번에 공개될 시들은 부인 서영은씨가 가지고 있던 것들로 말년을 맞은 그의 일상이 드러나 있다.

"산 밑 동네에서도 젤 안 집은/동네에서 젤 할아버지네 집/뜰에는 감나무 소나무 백일홍나무/집 뒤는 대숲이 산으로 이어졌다/…할아버지 할아버지 뭘 하고 계세요/뭘 하긴 뭘 해, 이러고 있지/…그냥 제사나 지내고 살지" ( '어떤 대화' 중) 김동리는 '황토기' '무녀도' '등신불' 등을 쓴 소설가로, 혹은 유진오와 벌였던 '순수논쟁' 등 끊임없이 논쟁을 몰았던 평론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를 시인으로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김동리는 소설로 등단하기 1년 전인 3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먼저 문단에 나섰다.

이후 서정주.김달진 등과 함께 순수주의와 생명주의를 표방하며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했고 시집 '바위' '패랭이 꽃' 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작시 30편에도 그런 문학적 기조는 유지되고 있지만 그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를 엿보았던 것 같다.

"인생은 갈수록 따뜻해지고/나뭇잎새는 해마다 더/반짝거리기만 하는데/…오늘도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네" ( '오늘도 해는' 중) 지나온 삶을 회고하고 많지 않을 내일을 아쉬워하는 시들. 보여주기 위함이라기보다 독백인 듯 읊어낸 것들인지라 고인의 일기장을 들추는 듯 죄스럽기까지 하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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