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 침투 미국,알았나 몰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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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 북한 잠수정 침투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까. 사건 발생 다음날인 23일 워싱턴 미 행정부 관리가 "잠수정 내부에서 굉음이 들렸다" 며 내부 자폭 (自爆) 을 추정한 외신보도가 나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즉각 한국내 미 정보관계자에게 탐문했으나 "한국측으로부터 들은 것" 이라는 답변을 듣는 데 그쳤다.

96년 스파이 혐의로 미연방수사국 (FBI)에 체포된 한국계 미군 무관 로버트 김은 "당시 북 잠수함이 강릉.제주도에 각각 1대 있었고 미국은 사전탐지했으나 알려주지 않았다" 고 주장, 파문이 일기도 했다.

미측이 북한의 '잠수함 운용' 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첩보위성.고공정찰기 (U2) 의 고감도 탐지능력을 근거로 한다.

하루 20여시간 떠있는 U2기는 휴전선 조금 아래 쪽으로 날면서 유고급 잠수정의 모항 (母港)에 대한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미측 첩보장비는 음성신호 감청과 함께 사방 1m정도의 목표지점도 판별 가능하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견해다.

적어도 그물에 걸린 사실을 포착한 뒤에는 해당 지역에 정보망을 집중, 승조원 교신 (交信) 내용 감청 등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 96년 강릉 침투사건의 상어급 잠수함의 3분의1 크기에 불과한 22m 길이의 유고급 잠수정 경로의 사전파악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현재로선 우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도.파키스탄 핵실험을 미중앙정보국 (CIA) 이 놓쳤듯 미국의 정보능력이 다소 과대포장돼 있을 수 있다" 는 지적도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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