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의석 붕괴 초읽기 들어간 한나라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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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3일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는 여권의 '야대 (野大) 구도' 허물기를 노골적 언사로 집중 성토했다.

조순 (趙淳) 총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야당의원 영입을 '도둑질' 로 규정하고 그 주체인 여권을 '파렴치범' 으로 몰아붙였다.

이어 "최후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는 등 강도높은 대여 (對與) 투쟁을 강조하는 강경론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과반수의석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한나라당은 한때의 허탈감과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전의 (戰意) 를 불사르고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택석 (李澤錫) 의원과 정영훈 (鄭泳薰) 의원이 결국 탈당한 사실이 이같은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가만히 있다간 그동안 탈당설이 돌았던 나머지 의원들마저 무더기로 탈당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위기감을 갖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여권이 "이번주중 3~4명의 의원이 추가탈당할 것" 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 한나라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결국 강경투쟁밖에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한나라당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여권을 몰아붙일 생각이다.

야당의원 빼가기를 비난하는 특별당보를 서울역.신촌.고속버스터미널 등 서울시 전역에 배포한 데 이어 24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원 (院) 구성을 촉구키로 했다.

여당이 회의에 불참할 경우에는 김대중 (金大中) 정권의 '헌정질서 파괴규탄 및 국회정상화 촉구대회' 라는 장외투쟁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국회가 열리면 효율적인 원내투쟁을 위해 하순봉 (河舜鳳) 총무를 단장으로 한 24명의 의원들로 원내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여권을 집중 성토키로 했다.

河총무는 "원구성이 지연되고 의원빼가기 공세가 계속된다면 정면투쟁이 불가피하다" 면서 "원내외투쟁을 병행하는 단계별 대여투쟁전략을 마련중" 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이와 함께 총리인준문제를 원구성과 연계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틈새를 벌리는 작전도 짜놓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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