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문동 시장 찾아 ‘친서민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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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해 봅시다. 힘내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 상가’를 찾아 영세상인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며 한 말이다. 이곳은 수백m의 골목길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재래상가 지역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2시간20분간 이곳에 머물며 상인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 상가를 방문해 민생 탐방을 하다 길에서 마주친 대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용차 대신 15인승 승합차를 타고 이문동으로 향했다. 상가 입구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쯤. 이 대통령은 우선 이문1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희망근로사업 담당자에게 “담배꽁초 줍는 일만 맡겨서는 안 된다. (참가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센터에서 운영하는 주부탁구교실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주민들과 어울려 탁구 경기를 즐겼다. 예정에 없던 탁구교실 방문이 경기로 이어지자 경호관들은 현장 경호에 애를 먹었다.

주민센터를 나선 이 대통령은 상점들을 따라 걸으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방문했다. 먼저 들른 곳은 할머니가 운영하는 구멍가게. 이곳에서 이 대통령은 구석에 놓인 ‘뻥튀기’를 보더니 직접 사 수행팀에 나눠 주며 “뻥튀기를 보면 틀림없이 사게 된다. 어릴 때 길에서 만들어 팔았거든…”이라며 학창 시절 노점상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빵집에 들러서도 “장사가 잘 되느냐”고 묻고 크림빵을 6000원어치 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내 방문이 상인들에게 폐가 되니 물건이라도 사 줘야 한다며 따로 10만원을 챙겨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가게 순례’는 새마을금고에 들어가면서 잠깐 멈췄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소액대출 현황을 보고받은 뒤 “300만원이나 500만원이나 소액이지만 어려운 분들에게는 굉장히 필요한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마이크로 크레디트’ 등 서민을 위한 소액대출제도 강화를 여러 차례 지시했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일가게와 떡볶이집 주인 등을 차례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가는 곳마다 “인근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호소가 이어졌고, 이 대통령은 상인들을 위로한 뒤 물건을 사 주고는 다음 가게로 향했다. 분식점에서는 지나가던 고교생들에게 어묵을 사 주기도 했다. 이 중 토마토 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걸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권위가 서야 한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가 골목을 다 걸은 이 대통령은 작은 식당에 들어가 상인 20여 명과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즉석 간담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해도 서민들이 제일 마지막까지 고통받는다”며 “서민이 앞으로 1~2년 더 고생을 해야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대형마트(의 폐해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식은 안 되니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안은 없는가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대학 시절 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던 얘기를 들려주며 “서민들의 고생을 체감하고 있다”고 상인들을 위로했다. 또 4월 금융감독원 서민센터에서 사채 피해를 당한 김밥가게 주인을 만나 사연을 들은 뒤 관계 당국에 조사를 시켰던 일을 떠올리며 “잊고 있었는데 어제 ‘일생에 그렇게 고마운 일이 없었다’며 편지가 왔다”고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골목 상가 방문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친(親)서민 정책 강화 기조에 따라 마련됐다. 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이념적 중도층을 끌어안아 사회의 이념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는) 시장 효율화를 통해 경제 활력은 살려 가되 서민에 대한 배려에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라며 “미국 공화당이 표방했던 ‘온정적 보수주의’와 닮았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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