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재정적자 쌓여도 줄기세포 연구비 안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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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경제위기 여파로 재정적자가 약 200억 달러로 늘어나자 복지와 교육 예산을 줄였다. 하지만 줄기세포연구 지원 비용은 줄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0년 동안 30억 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할 정도로 줄기세포연구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주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 지역에 세워진 줄기세포연구단지에 최근 수십 개의 새로운 연구소와 수백 명의 과학자가 몰려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미국 줄기세포연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도 조지 W 부시 정권에서는 줄기세포연구가 주춤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윤리적 이유로 줄기세포연구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연구를 허용함으로써 연구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오바마의 결정에 따라 수억 달러를 줄기세포연구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1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정식 허용했다. 이로 인해 올여름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장애 치료 실험이 인간을 대상으로 최초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생명공학회사인 게론은 FDA에 2만100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척수가 손상된 쥐를 통해 줄기세포치료법의 안정성을 입증한 자료다. 줄기세포치료는 암을 유발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연구가 있지만, 제롬은 “동물임상시험 결과 이 같은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줄기세포연구는 지금까지 정부 예산과 민간 기부금으로 주도됐지만 대형 제약회사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제약회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와 함께 연구비용으로 2500만 달러를 내놓았다. 화이자도 1억 달러를 투자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다. FT는 “일부 나라는 종교·윤리 문제 때문에 줄기세포연구를 제한하고 있지만 점차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만능줄기세포(iPS)를 모은 재활의료용 만능세포 은행을 5년 안에 설립할 예정이다. iPS는 성인의 피부 조직에서 뽑아내는 줄기세포로서, 지난 2년간 가장 큰 연구 성과를 보인 분야로 꼽히고 있다. 줄기세포 생산에 난자가 필요 없어 윤리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성능도 배아줄기세포 못지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iPS에 대한 임상연구를 5년 안에 시작할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신형 만능줄기세포 실용화를 위한 10년 로드맵’에 따르면 세계적인 iPS 권위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京都)대 교수가 중심이 돼 iPS 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iPS은행이 설립되면 줄기세포를 사전에 준비해 놓고 척추 손상 등의 환자에게 곧바로 이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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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드맵은 그간 사람 임상시험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던 줄기세포치료 계획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실명의 원인이 되는 황반변성증과 같은 질병치료는 5년 내에, 심근경색 등 심장근육 치료는 5~7년, 백혈병은 7년 이후, 간부전과 당뇨병은 1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김민상 기자,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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