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학생기자 취재] ‘나눔의 집’ 할머니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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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연히 일본 잡지에서 정신대 문제를 애써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려는 일본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분통이 터진 것과 관계가 있겠죠. (중략) 그 천인공노할 범죄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죠.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내 마음 알겠어요?”

고1 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여자네 집』의 일부다. 우리 역사의 아픔인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경기도 ‘나눔의 집’을 방문해 배춘희(86), 강일출(81), 김화순(86) 할머니를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장 두려워하시는 게 뭘까? “이 일이 영원히 잊혀지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 할머니는 “우리는 늙어만 가는데 젊은 세대는 위안부 문제에는 관심이 없어.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데 외면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걱정돼”라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역사이기에 할머니들은 용기를 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총 3편의 시리즈물로 제작된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가 그것이다. 강 할머니는 “그때를 떠올리기조차 끔찍해서 출연하기 싫었지. 영화를 보지도 못했어. 그래도 알려야 하니까 제의가 들어오면 또 출연해야지”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들은 성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신다. “죽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와 함께 교과서에 위안부 사실을 명기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게 소원이다”고 말씀하셨다.

기자를 향해 “공부 열심히 하고 항상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나라가 힘이 없고 국민이 무지하면 참혹한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 외국인 방문객과 마주쳤다. 그는 한 달에 두 번씩 나눔의 집을 찾는다고 했다. 역사에 무관심한 우리의 모습이 새삼 부끄러웠다. 

김레지나(분당 대진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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