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행정 9단'과 교통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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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곧 새 서울시장이 취임한다. 고건 (高建) 시장당선자는 요즘 인수위 국별 보고를 직접 챙기는 등 분주하다.

당면과제는 당연히 조직개편.실업대책 등. 와중에 그는 '3기 지하철 재검토' 도 지시했다.

첫번째 교통처방인데 공약 (公約) 과 달라 오히려 신선하다.

그런 게 또 있을까. 高당선자의 보따리가 궁금하다.

서울 민선 1기 교통행정성적은 한마디로 'F' 였다.

혼잡통행료를 고집해 비싸게 뚫은 남산터널을 택시.화물차 전용도로로 만들며 돈 없는 승용차를 괴롭혔다.

무턱대고 그은 버스전용차로 때문에 자전거는 인도로, 화물차는 길 가운데로 내몰렸다. 요란했던 버스개혁은 성사는 고사하고 요금만 올렸다.

지하철은 무책임 경영으로 빚만 늘렸고, 사고는 하루 건너꼴로 일어나 '정시성 (定時性)' 에 흠집만 남겼다.

주민 인기에 영합한 거주자 주차우선제에 매달리며 정상적인 주차정책은 펴 보지도 않는 등 민중인기주의적 실행정 (失行政) 이 거듭됐다. 이를 새 시장이 떠맡는다. 덧붙여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시대다.

엄청 오른 휘발유값에 시민의 실질소득은 계속 줄지만 서울엔 오존주의보가 연일 발령된다. 시민.업자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공무원들은 '더 할 일이 없다' 며 힘이 빠져 있다.

중앙정부도 '승용차 괴롭히기' 뿐이다.

高시장은 어떨까. 버스.택시업자보다 시민편을 들어 노선.면허체계를 고치고 혼잡통행료로 도심통행 패턴을 왜곡시키기보다 도심권 장시간주차,가진 사람들의 불필요한 통행을 줄일 수 있을까.

지하철 적자를 요금인상이 아닌 경영진.노조 등 내부시스템을 재정비해 개선하고, 밤낮으로 주택가에 방치되는 화물차.버스의 무단 불법 주정차를 막아 사람 길을 확보하는 등 서울교통의 질서를 잡으며, 도시 생동감의 척도인 화물교통에도 관심을 둘지도 궁금하다.

돈 안들이고 서울교통을 단번에 바로잡을 방책은 얼마든지 있다.

또 있다.

도심 하천을 복개해 주차장.도로를 만들기보다 미래를 제대로 보며 "청계고가도로를 헐자" 는 전문가를 대량 채용하는 달인 (達人) 행정을 기대하는 시민도 많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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