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퇴장]외국투자자“기대이하”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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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퇴출기업명단이 발표된 18일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다. 속내용이 '기대 이하' 라는 평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퇴출대상 55개사중 상장사는 10곳뿐이고 5대그룹중에서는 현대리바트 1개사만이 들어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또 한차례의 대규모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퇴출기업이 확정된 후 본격적인 투자를 모색하고 있던 외국계증권사들은 이번에 발표된 명단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ABN암로 관계자는 "퇴출기업이 대부분 중소업체로 본격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며 "부실이 심화된 채 증시에 남아있는 기업들이 더 많아 시장불안 심리는 여전할 것" 이라고 말했다.

퇴출기업 선정은 지난 4월부터 증시를 짓눌러온 악재로 작용해왔다.

지난 4월14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부실기업판정위원회' 를 설치하겠다고 처음 밝혔을때 당일 주가는 27.26포인트가 급락했다.

그후 기업 '살생부' 가 나도는 등 증시에 극도의 혼란이 몰아치면서 지난 13일에는 급기야 주가 3백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누가 산소호흡기를 단 환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실징후 종목들을 중심으로 '팔자' 가 몰리면서 내림세가 계속된 것이다.

이번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부실판정' 의 부담을 일부 덜어주긴 했지만 그 내용과 결과가 신통치 않고, 정부가 2차퇴출을 사실상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증시가 불안감에서 벗어나 상승국면으로 진입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게 증시참여자 대부분의 진단이다.

또 퇴출기업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이번 조치로 입게 될 손실도 만만치 않아 두고두고 후유증으로 남을 전망이다.

해당기업들 대부분은 결국 부도 - 관리종목지정 - 정리매매 - 상장폐지의 절차를 밟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 10개 상장사의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18일 현재 퇴출대상 10개 상장사 주식의 시가총액중 6만6천여명의 소액주주 보유분 1백98억원은 고스란히 개인손실로 남게될 전망이다.

이는 대주주의 손실액 70억원보다 세배가까이 많은 규모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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