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개헌론 '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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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치권 곳곳에서 내각제 연기가 피어오른다.

자민련이 지핀 '내각제 개헌론' 에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공개적으로 호응하고 나서면서 기세가 달라졌다.

17일 있은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이중재 (李重載).차수명 (車秀明).이우재 (李佑宰) 의원 등은 "대통령중심제는 동서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 이라며 "내각제 개헌문제를 자민련의 몫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정강정책 변경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대통령중심제가 당론인 한나라당에선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김덕룡 (金德龍) 부총재가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김윤환 (金潤煥).이한동 (李漢東) 부총재는 내각책임제 소신파다.

그래서 아직은 일부의 내각제 발언이 당론채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서청원 (徐淸源) 사무총장은 18일 "우리 당이 내각제를 추진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제 모든 정치사안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게 중요하다" 고 평가했다.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는 이런 한나라당의 변화에 대해 "뒤늦게나마 정치현실을 바로 보는 분들이 늘어나 환영할 일" 이라며 반색했다.

이규양 (李圭陽) 부대변인은 논평까지 내 "내각제 구현을 위해 어느 당, 어느 세력과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화갑 (韓和甲) 총무대행은 "IMF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고 정색하며 내각제 개헌문제에 쐐기를 박았다.

내각제 개헌문제는 내년에 논의해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의한 스케줄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를 못미더워하며 내각제 개헌추진을 서두르는 자민련과 조기 공론화를 적극 경계하는 국민회의가 벌이는 '여여 (與與) 갈등' 속에 한나라당이 끼어들면서 사태는 정말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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