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박형준·곽승준·김원용 조언 … 중도강화론 컨셉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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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강화론’이 요즘 여권의 최고 화두다.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 통합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이슈를 던진 뒤부터다. 왜 이 시점에 중도강화론일까.

①“이념 갈등이 너무 심하다”=사실 이 대통령은 보수나 진보란 단어를 별로 내켜 하지 않는다. 22일 수석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진보나 좌파는 앞서가는 사람, 보수는 변화에 반대한다는 개념 자체도 옳지 않다”며 “왜 진보나 보수 사이에 선을 긋느냐”고 말했다. 2005년 서울시장으로 찾아간 대학 초청 강연회마다 그는 “진보와 보수를 이렇게 강하게 구분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곤 했다. 그런 이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국론 분열은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조문 정국이 한창일 때 이 대통령과 만났던 지인은 “이 대통령이 ‘경제가 도약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념 대립이 발목을 잡아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이 중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도에서 ‘통합’의 해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②산토끼도 잡으려는 전략=중도강화론에 ‘통합’이란 순수한 목적만 담겨있는 건 물론 아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경선에서 ‘따뜻한 시장경제’를 전략상품으로 삼았다. ‘보수’ 이미지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비해 한 클릭 왼쪽인 ‘중도보수’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면서 수도권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집권 직후인 2008년 초 가장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이 ‘사회적 약자의 부활 프로젝트’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후 촛불집회로 인한 극심한 보수-진보 대립에서 이 대통령은 집토끼(고정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덕분에 1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보수회귀’ 현상에 실망해 중도층이 등을 돌렸고 지지율도 3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이명박스러움으로 돌아가자”는 구호엔 ‘중도보수 이명박’을 지지한 산토끼(유동 지지층)의 마음을 잡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③복안과 한계는=이동관 대변인은 “국가정체성·법치·자유시장경제 등 근원적 가치는 확고하게 지키되 서민정책을 보완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중도보수의 위치를 지키면서 좌파가 제기할 수 있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세우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수가 진보의 이슈를 제기하고 진보가 보수의 화두를 점령하는 선진국의 예에서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보수 양극단에서 벌써 “좌고우면하겠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듯 실제 정책을 추진할 때 ‘철학이나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당장 지난해 추진했던 종부세·양도세 인하를 ‘중도적’ 입장에서 어떻게 설명할지, 감세 등 우파적 요소가 짙은 정책들을 어떻게 다룰지 등의 문제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보 진영이 찬성하면 진보정책, 보수 진영이 찬성하면 보수정책이란 이분법 구조를 깨야 한다”며 “가운데 서서 보수와 진보의 정책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중도이자 실용”이라고 말했다.

④누가 주도했나=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또 오랫동안 이 대통령을 자문해온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 등이 중도 강화의 컨셉트를 지속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조언해 왔다 . 이동관 대변인은 중도강화론을 ‘이명박다움으로의 복귀’로 키워드화했다. 중도강화론이 급부상한 것을 놓고 과거 이 대통령을 조언해온 ‘영남권 보수 원로’들의 영향력 감퇴 현상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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