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갈등 치유 위해 … MB ‘중도 리더십’ 꺼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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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을 초청해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이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함께 회의실로 이동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사교육을 받지 못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멈춰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시·도교육감 16명과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사교육 때문에)가난의 대물림이 이어지지 않도록 힘과 의지를 모아 달라”는 당부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 정부가 서민들과 약속한 것 중에 하나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는데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뭘 했느냐”고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질책했다. <본지 24일자 3면>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잇따른 강조로 볼 때 ‘중도강화론’에 따른 서민 배려 정책 1호는 ‘사교육비 줄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날 “이른바 ‘중도 정책’으로 우선 올 초 발표됐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휴먼뉴딜부터 강도 높게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먼뉴딜의 핵심은 사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줌으로써 붕괴 직전의 중산층을 지켜 주겠다는 것이다.

이 휴먼뉴딜에 따른 사교육비 줄이기 정책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장관급)에 의해 추진됐다. 그가 발표한 대표적인 방안이 ‘오후 10시 이후 학원 영업 금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사교육계를 의식한 교과부와 여당에 의해 좌초됐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한 말은 휴먼뉴딜은 막아놓고 뾰족한 사교육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질책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26일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포함한 사교육 폐해 근절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 사회는 곽 위원장을 국회에서 엄호했던 교과위 소속 정두언 의원이 맡는다. 정 의원과 곽 위원장 등 여권 소장파들은 사교육 문제만큼은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직접 개입해 강제로라도 줄여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교육비 줄이기와 관련해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교과부에 주문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교과부도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서울대 등 국립대도 지역·계층별 할당을 높여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며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입시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남궁욱·권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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