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인도 핵실험 놓쳐 국제적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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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11일 인도의 핵실험을 사전에 탐지하지 못해 망신을 당한 세계 최고.최대의 정보기관 미 중앙정보국 (CIA) 이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CIA의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 CIA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정보수집체제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면적인 정보수집체제 재정비에 본격 착수했다.

조지 테닛 CIA국장에 의해 인도 핵실험 사전탐지 실패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점검토록 위임된 분석팀은 정보요원들의 상상력 부족, 정보수집과 분석의 결함, 리더십과 훈련과정의 결함 등 총체적이고 만성적인 문제가 복합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분석팀을 이끈 데이비드 제레미아 전 합참부의장은 이달초 의회증언에서 인도 핵실험 탐지 실패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CIA는 인도에 스파이라고 할 만한 요원을 두고 있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서의 정보수집능력이 떨어진다.

^첩보위성을 통해 입수되는 자료를 제대로 판독할 만한 전문가가 없다.

^인도의 경우 첩보위성과 판독전문가 모두가 핵실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위 정보관리가 인도가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단서를 과소평가함으로써 부하들에게 집중토록 지시하지 않았다.

^특히 고위 정책입안자들은 인도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란 선입관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공개적이고 반복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강조한 힌두 민족주의 정권이 인도에 들어섰는데도 핵실험 가능성을 묵살했다.

또 고든 욀러 전 CIA 핵확산금지센터 소장은 첩보위성 자료수집능력이 냉전시대때보다 떨어지며 판독요원의 평균근무경력이 18개월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클린턴 정부의 관리들이 핵문제와 관련한 껄끄러운 사실들을 싫어해 자신들이 바라보는 세계의 모습과 잘 맞지 않는 정보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밖에 국방정보국, 육해공군의 정보국, 재무부 정보국 등 연방정부내 13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CIA가 실질적으로 이들 정보기관을 제대로 관장하지 못함으로써 정보기관의 효율적 운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CIA와 미국의 정보수집체제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테닛 CIA국장은 최근 각 정보기관간의 협조문제를 담당하는 부국장과 모든 정보기관에서 진행되는 분석과 보고서를 감독하는 부국장을 신설하고 전자에는 30년간 공작업무를 담당해온 찰스 앨런을, 후자에는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 존 개넌을 각각 임명했다.

이와 함께 테닛 국장은 "앞으로 각 정보기관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이것이 어떻게 종합되는지 직접 관장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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