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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박물관 1호 보물 (17) 대원사 티베트박물관 ‘부모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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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황동, 높이 30.2 x최대너비 22.7㎝.

‘부처도 성관계를 하나?’라며 실눈 뜨고 보았다면 완전히 잘못 본 것입니다. 남녀가 결합한 모양의 이 티베트 불상은 일명 ‘부모불’이라 불립니다. ‘부모불’은 우주의 근본을 상징합니다. 내 몸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나왔습니다. 티베트 밀교에서는 부모로부터 태어난 몸의 두뇌엔 아버지의 씨앗, 단전엔 어머니의 씨앗 에너지가 깃든다고 설명합니다. 그 씨앗들은 우리 몸 안에서 한 달에 한번 다시 만납니다. 그 날을 ‘마니데이’라 해 동양에선 종교 의식을 통해 계를 받고 선행하는 날로 삼았습니다.

번뇌를 떠나 깨달음을 얻으면 우리 몸 안의 부와 모 에너지는 합일의 경지에 이릅니다. 내 안에서 스스로 합일되고 충족되므로 대상을 통해 쾌락이나 열망을 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속세에서 추구하는 행복이나 쾌락이 아닌, 자기 안에서 이루어진 궁극적 진리이자 광명이라 해 이를 ‘대락광명(大樂光明)’이라 합니다.

사람이 죽은 후 3일째에는 영혼이 몸에서 완전히 떠납니다. 내가 태어날 때 몸에 깃든 부와 모의 씨앗이 육신을 떠나는 것이지요. 몸을 떠난 의식체는 39일간 경계를 떠돌다 새로운 남녀가 결합하는 것을 봅니다. 바로 업에 따라, 자기 수준에 따라 보입니다. 짐승같은 업을 쌓았으면 개나 개구리의 생에 집착해 축생으로 제2의 환생을 맞이합니다.

‘부모불’은 이렇게 사후세계와 뱃속에서 만나는 세계, 내 안의 우주를 밝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도 낯 뜨겁다고요? 수행하세요. 업에 따라, 자기 수준에 따라 보이는 겁니다.

이경희 기자

◆대원사 티베트박물관(www.tibetan-museum.org)=대원사 주지를 지낸 현장 스님이 수집한 티베트 불교 관련 의식구를 모아 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에 세웠다. 061-852-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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