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시체놀이’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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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놀이'라 불리는 플레시몹 퍼포먼스가 한 때 국내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표현하는 행위예술이라 주장한다. 반면 공중질서를 문란케하는 일탈행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집단행동에 제약이 많은 중국에서 말 그대로 '시체놀이'가 발생했다. 민감한 사안인만큼 언론도 놓치지 않았다. 다음은 지난달 말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발행되는 반도도시보(半島都市報)가 보도한 사건 전말이다.

◇나체 남성시체 병원 도착하자 줄행랑=지난달 24일 칭다오시 중심가인 타이둥(臺東)3가 보도에서 나체 남성 시체 한구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시신은 커다란 투명 비닐 안에 담겨 있었다.

취재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경찰과 구급요원들이 이미 시신을 거두고 있었다. 투명 비닐 안에 있던 시신 옆에는 옷가지가 들은 포대가 놓여 있었으며 사방에서 시체 냄새가 풍겼다.

대낮 시내 한복판에서 벌거벗은 시신이 발견되자 시민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아직 맥박이 뛰고 있어 즉시 구급차를 불러 근처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맡았던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병원 도착 당시 이 남성의 체온은 정상 수치였다. 이 남성은 병원 도착 후 갑자기 사라졌다.   

병원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오후 1시경 이 남성이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로 옮기던 도중 갑자기 환자가 눈을 뜨고 멈춰달라며 옷을 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이 응급구조 비용 120위안을 받기 위해 가족이나 친인척 연락처를 물었다. 그는 대꾸도 않은 채 곧바로 일어나 비닐에서 나와 황급히 옷을 차려 입었다. 곧 어디선가 카메라와 캠코더를 든 남자 3명이 나타나 그를 찍기 시작했다. 촬영이 끝나자 이 네 사람은 함께 도주했다.

◇알고보니 행위예술?=이 해프닝을 벌인 이들은 행위예술인들로 밝혀졌다. “우리는 그저 사람들에게 뭔가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이 일로 법적 처벌이 따를 것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이 사건에 분노와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거리 근처 의류가게 점원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거리에서 풍기를 손상 시켰다”고 개탄했다. 한 관리원은 경찰 및 병원인력 까지 동원해 공공 자원을 낭비했다며 예술 행위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사회 이익을 침해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둥다위안(山東大元)변호사사무소의 디성카이(翟勝凱)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형태이건 예술 활동은 모두 문화관리부문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며 “피의자는 나체로 풍기문란을 일으켰으므로 이는 공중 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남성은 연출된 상황임을 사전에 미리 밝히지 않아 시민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 뿐 아니라 경찰 및 응급요원들까지 출동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이는 사회적 자원 낭비, 즉 시민들의 공동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관련 법규에 의거 15일 구금 및 2,000~5,000위안의 벌금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우경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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