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칼럼]IMF 무용론앞에 동네북된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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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시아 경제위기는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국제통화기금 (IMF) 의 역할론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IMF 비판론자들은 아시아 국가에 대한 금융지원과 관련, '도덕적 해이' 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IMF의 천편일률적 위기 진단.처방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옹호론자들은 국제경제의 질서유지를 책임질 국제기구의 존재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양측의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번번이 한국의 경제상황이 자기편 논리를 뒷받침하는 소재로 등장, 때로는 희화화 (戱畵化) 되는 일이 많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뉴욕타임스지 13일자 오피니언 난 (欄)에는 유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IMF 무용론.폐지론을 반박하는 칼럼이 실렸다.

이날자로 IMF가 없어졌다는 가정 아래 1년 뒤인 99년 6월13일의 변화된 국제사회 모습을 가상 시나리오로 엮은 글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글에도 어김없이 한국 상황이 '심도 있게' 취급됐다.

"경제난이 가중된 한국은 유일하게 손을 벌릴만한 미 의회로부터 1백억달러의 금융지원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나는 진보적 민주주의자로선 최초로 대통령이 됐으며 망명시절부터 미국을 발전 모델로 여겨왔다.

이런 나를 버려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 고 호소한다.

한국 정부는 2명의 전직 미 재무장관 (조지 슐츠.윌리엄 사이먼) 과 시티은행 최고경영자 출신인 월터 리스턴을 대 (對) 의회 로비스트로 고용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전날의 난동 때문에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날 주한 미 대사관과 코카콜라.펩시콜라 공장 등이 성난 군중에 의해 약탈당했다.

이들은 미 의회가 대한 (對韓) 금융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낙태 묵인 등 모든 산아제한 정책의 포기 ^미 기업의 한국 기업 매입권리 1백% 보장 등을 내건 데 자극 받아 이같은 행위를 저질렀다.

" 이 칼럼은 또 ^경제난으로 쿠데타가 발생해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알렉산드르 레베드가 경제재건을 위해 기업들에 수출 총동원령을 내리는 러시아의 상황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화교에 대한 테러를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상황 ^무역적자.주가하락.엔저 (低) 로 고통받는 미 경제의 모습 ^IMF와 유사한 국제기구를 다시 만들려는 미국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냉소적 반응 등도 차례로 그려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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