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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구세주 바조, PK유도 극적 동점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페털티킥 지점에 서자 불현듯 지난대회 결승전이 떠올랐다. 이번에 또 실축을 하면 어쩌나. 그날의 악몽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는 힐끔 하늘을 쳐다봤다.

그런 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오른발 인사이드로 볼을 날렸다.

칠레 GK 타피아가 옆으로 몸을 날렸지만 이미 볼은 GK 손가락 끝을 스치며 왼쪽 골네트 구석에 예리하게 박혀버린 뒤였다.

'불운의 스타' 로베르토 바조 (31.이탈리아)가 12일 칠레와의 경기에서 '그날의 악몽' 을 떨치고 다시 일어섰다.

종료 5분전 페널티킥을 유도, 극적인 동점골을 꽂아 팀을 패배 일보직전에서 구해낸 것. 94년 미국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와 실축, 우승컵을 브라질에 넘겨주며 '역적' 으로 몰렸던 바조. 명예회복을 노려온 바조는 이날 1골.1어시스트를 기록, 화려하게 재기했다.

미국월드컵에서 5골을 터뜨려 팀을 결승에 올렸지만 한번의 실수로 '버림받은 몸' 으로 전락했던 바조는 절치부심 끝에 세리에A 97~98리그에서 22골을 넣으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신예 스트라이커 델 피에로가 결장하게 되자 결국 말디니 감독은 엔트리 마감 직전 그를 '아주리 군단' 에 복귀시켰다.

트레이드 마크인 '말총머리' 를 짧게 자른 대신 턱수염을 기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3년만에 월드컵팀에 합류한 그는 1m74㎝.73㎏으로 현재 볼로냐 소속이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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