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신바람 나도 대기업선 칼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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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시아 경제위기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 대기업들이 다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기업 형편에 따라 수시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투자 비중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 수익성을 의식해 대량 감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28년만에 최저 수준인 4.3%에 그치고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세계적 이동통신업체인 모토로라는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8%나 줄어듦에 따라 앞으로 전체 임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5천명을 감원해 나가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휴렛 패커드사도 개인용 컴퓨터 가격의 인하 추세때문에 2분기 영업수익이 당초 예상보다 20%가량 줄어들자 감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도 향후 6개월안에 3천명을 자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7%, 순이익이 무려 36%나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관계자들은 아시아 지역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다 컴퓨터 판매 위축 및 가격 인하의 영향때문으로 풀이한다.

인터넷 관련업체인 넷스케이프도 마이크로소프트 (MS) 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수익이 악화되자 올들어 급기야 전체 인원의 15%에 해당하는 4백여명을 줄였다.

아시아 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도 미 대기업들의 감원 조치는 적지않았다.

지난해말에는 세계 최대의 필름 제조업체인 이스트만 코닥이 1만명, 제지업체인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9천명의 감원 계획을 밝혔다. 미 최대의 소포배달회사인 UPS 역시 1만5천명을 감원하려다 파업사태에 휘말린 바 있다.

올들어 거세지고 있는 초대형 기업간의 기업인수.합병 (M&A) 바람도 한몫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들은 합병 전에 미리 인원 감축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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