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 기업·기업인] 유리 전문 테마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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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리의 성’ 강신보 대표가 유리조형물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주현식]

19일 오후 2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유리테마파크 ‘제주 유리의 성’ 주차장.

200여 대의 주차공간이 이미 들어 차 안내원이 교통정리를 하느라 비지땀이다. 일부 관광객들은 아예 도로 변에 ‘번개주차’를 하고 내빼 차주를 찾는 방송이 쉼 없이 나온다. “되겠다 싶어 내지르긴 했지만 기대 이상의 인기입니다. 성공이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유리전문 테마파크 ‘제주 유리의 성’의 강신보(44)대표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개관 8개월여 만에 이미 50만명이 다녀갔고 매출액은 40억 원을 웃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연 58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0%이상이 이 곳을 거쳐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130억 원이 들어간 ‘유리의 성’은 3만5000㎡ 부지에 350여 점의 유리조형물을 전시한다. 이탈리아의 유리명장 피노 시뇨레토(65)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들이다. 전시물 가격만 32억원에 이른다. 유리공예를 직접 겪어볼 수 있는 공간까지 있어 체험시설로도 인기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줄곧 제주를 지켰던 강대표는 외환위기시절 시련을 거쳤다. 부부가 지역 농협직원이었던 그는 1998년 초 ‘둘 중 한 명을 구조조정 할 수 밖에 없다’는 통보가 오자 사표를 던졌다. “무언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죠. 지방자치 현장에서 뛰어보고 싶은 꿈도 있었고….” 그해 6월 그는 지방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했다. 방황과 좌절은 그의 체질에 맞지 않았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연 쌓기’ 하나는 자신 있었던 그의 인맥자산이 효과를 발휘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우연찮게 양식업에 손을 대자 순풍에 돛을 단 듯 돈을 벌었다. “사업수완이 좋다”는 소리에 2003년엔 고향(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앞바다에서 잠수함관광 사업에 나섰다. 송악산·산방산이 보이는 절경지 앞바다에서 벌인 잠수함관광 역시 ‘히트’였다.

그렇게 그는 돈을 벌면 항상 재투자했다. 그가 떠올린 다음 차례는 테마파크. 고민은 2007년 8월 일본 하코네의 한 유리박물관에서 해결됐다. 한 마디로 ‘필’이 꽂힌 것. “맑고 투명한 이미지가 제주와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었죠.” 더욱이 이탈리아와 일본 등지에 유리박물관은 있어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유리테마파크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 길로 그는 서울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찾아갔고, 사정하듯 매달려 1년 여간 전시기획을 자문 받았다. 국내 유리조형 전문가들을 발이 닳도록 찾아가 그의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사업은 이미 순탄대로를 예정했다.

강 대표는 “세계유리조형 엑스포 개최를 조심스레 구상 중”이라며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자본이 성공하는 희망의 사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 사진=프리랜서 주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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