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제주 해군기지, 한국의 생명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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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논란이 벌써 여러 해 동안 지속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 도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강정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결정됐다. 하지만 일부 제주도 시민단체들은 이를 허락한 김태환 제주지사를 소환하겠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기지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록 북한 핵문제 때문에 우리나라의 온갖 에너지가 한반도 내부의 문제 해결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21세기는 역시 바다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바다는 육지에서 거의 고갈돼 가는 석유·천연가스는 물론 각종 철광석의 무한한 보고(寶庫)다. 그러기에 세계 모든 나라는 바다를 영토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전 국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구의 마지막 보고라는 가치 외에 바다는 인간과 물자의 소통을 위한 가장 값싸고 안전한 교통로의 역할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세계의 바다를 통해 구입해 온 원료와 자원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이를 다시 바다를 통해 전 세계에 내다 파는 무역국가 대한민국은 바다에 미래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큰 공장을 가동케 하는 물자의 99% 이상이 바다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고 있으며, 전 세계 물동량의 10% 이상이 한국의 것이라는 사실은 해로(海路)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생명선이 아닐 수 없도록 한다.

한국이 무역국가로서의 국가발전 전략을 짠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의 화물선과 상선들은 우리 해군의 보호가 없는 상태에서 세계의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었다. 미국의 해군이 바다의 안전을 확보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같은 안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세월이 오고 있다. 세계 1위의 조선국이며 세계 평균보다 13배 이상이 되는 바다의 물동량에 국가의 사활을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훨씬 강한 해군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이웃나라 중국의 군함은 총톤수가 107.5만t에 이르며 최신형 군함으로 무장한 일본 자위대의 해군은 총톤수가 42.8만t에 이른다. 한국 해군은 지난 10여 년간 장족의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14.7만t에 불과하다. 이같이 아직도 상대적으로 허약한 해군력이지만 한국은 그 정도 군함마저도 정박하고 정비할 수 있는 좋은 해군기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 나라다. 진해라는 지난 세기의 군항으로 21세기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해군기지 건설이 절실한 대한민국 해군은 지정학적·군사전략적 고려를 종합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을 오가는 화물선과 상선을 보호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며, 대한민국이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데도 가장 훌륭한 전략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 생명선의 안전을 증진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됐던 것이다.

평화의 섬인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웬 말이냐는 논란이 있는 줄 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관광산업이 방해를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광의 메카인 아름다운 하와이에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라. 캐나다 서부에 있는, 마치 지상낙원 같아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 빅토리아에는 점차 확장되고 있는 캐나다의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들어서 있다. 마치 강원도와 경기도가 냉전시대의 최전방이었던 것처럼 바다로 뻗어나갈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최전방에 위치한 곳이 제주도다.

평화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지키는 것이다. 막강한 군사력은 훌륭한 외교를 가능케 하며 평화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기본적 전제다. 제주 해군기지가 조속히 건설돼야 할 이유도 물론 평화를 위해서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