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그룹 사업교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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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사상 최대규모의 대기업간 주요사업 교환 (빅딜)에 관한 정부와 대기업그룹, 그리고 그룹간 조정이 끝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17일을 전후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빅딜조정 작업에 깊숙이 관여해왔던 여권 핵심관계자는 10일 "삼성그룹이 자동차분야를 현대에, 현대는 석유화학분야를 LG그룹에 넘기며 LG는 반도체부문을 삼성으로 넘기는 3대 그룹간의 사업맞교환이 추진중인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그는 빅딜의 방식에 대해 자산평가.회계정리 등의 어려움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팔면서 경영권을 주고받는 형태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5대 그룹간의 빅딜조정안이 청와대와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각 그룹총수들에게 이미 전달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와 SK그룹과 관련된 빅딜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또 "이같은 조정안은 오래 전에 가닥이 잡혔던 사안이나 대기업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면서 "金대통령이 방미 직전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그룹들이) 자체조정을 하지 않겠다면 은행융자를 전면 끊을 수밖에 없다' 는 취지의 경고를 한 뒤 급속히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설명했다.

3대 기업간 '삼각 빅딜안' 은 朴총재와 청와대 관련수석들, 해당그룹간에 극비리에 이뤄져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에도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측이 재벌해체 같은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 등 전면적인 자본유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金대통령에게 강력히 전달한 것도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빅딜안의 구체적인 발표시기와 형식은 해당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은 1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초청 조찬 강연회에서 "5대 그룹 등 대기업간의 빅딜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이 최종 마무리됐다는 보고를 어제 받았다" 면서 "빅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빠르면 수일내에 발표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金실장은 이어 연내에 30대 그룹의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기 위한 기업의 자구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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