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4354개 농촌마을 CCTV설치 유도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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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충북 음성군 금왕면 읍내리에 사는 김모(58)씨는 지난해 수확해 팔고 남은 4년근 인삼 400여 뿌리(100만원 상당)를 집에 보관해오다 지난 3월 도둑 맞았다. 김씨는 “농산물 절도범은 주로 수확철인 가을에 기승을 부리는데 이날 농삿일을 하고 와 보니 인삼이 없어졌다”며 “이제는 도둑이 때를 가리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초 충북 천안의 유모(52)씨 농장에서는 엘크 수사슴 7마리의 뿔 100㎏이 잘려나갔다. 금액으로는 7000만원어치다. 유씨는 “사슴 뿔을 자를 때 마취제를 사용하는 등 농장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에서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충남·충북지역에서 지난해 발생한 농축산물 도난사건은 경찰에 신고된 것만 100여 건을 넘는다. 절도범은 밭에 심어져 있는 인삼을 차떼기로 훔쳐가는가 하면 고추·배추·벼·메주 등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농민들이 일을 나가 빈 집이 많고 인적이 드물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을 절도범들은 노리고 있다. 농민들은 자율방범대를 조직해 순찰을 돌고 일부 인삼밭에서는 보안경비업체에 방범을 맡기지만 면적이 넓은데다 인력이 부족해 도난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충북지방경찰청은 올해 도내 4354개 농촌마을이 모두 마을 입구나 특용작물 재배지에 자위(自衛)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마을기금 등으로 자위방범용 CCTV를 설치하면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로 연결해 범죄 예방과 단속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방범용 CCTV는 한 대에 3000만원 정도 하지만 자위 방범용은 화면 보관기간이 짧고 기능이 단순해 100만∼800만원 선이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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