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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이렇게 풀자]반도체 다음 효자육성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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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를 맞게 된 것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가 넘었는데도 낡은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 과거의 성장방식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체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한국경제의 구조를 뼈대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중후장대 (重厚長大) 위주의 산업구조만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으며 경영구조를 포함한 운영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외형에만 집착해온 그동안의 해묵은 틀을 털어버리고 생산성.부가가치 위주로 산업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선 세계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을 육성하는 작업이다. 산업구조를 지식기반산업 위주로 다시 짜는 한편 기존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1차산업은 2차산업을, 2차산업은 3차산업을 지향하면서 부가가치를 한 계단씩 높여야만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금융.관광.유통 등 서비스산업의 '빅뱅' 을 통해 경쟁력의 원천을 다지는 개혁이 절실하다.

◇뉴 비즈니스를 찾아라 = 세계 네트워크시장의 최강자인 미국 시스코사 (社) 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무명의 벤처기업이었다.

이 회사가 몇년 사이에 최강자로 떠오른 데는 인터넷시장을 비즈니스로 선택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처럼 산업구조의 변화를 누가 먼저 따라잡느냐에 따라 미래시장의 주도권이 판가름난다. 부가가치가 높은 틈새시장을 누가 먼저 찾아내 신산업을 일구느냐는 경쟁이다.

산업연구원 (KIET) 은 '지식기반산업' 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제조업 대신 지식.기술.서비스를 중시하는 산업구조로 개편, 선진국과 맞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기반산업은 오는 2003년까지 연평균 11%의 높은 신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반면 자동차.철강 등 기존산업의 수출은 4% 증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또 그때 가면 지식기반산업의 수출액은 7백77억달러로 자동차.조선.일반기계.철강.석유화학.섬유 등 기존 6대 주력산업 (7백73억달러) 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지식기반산업에 대해 5년간 1백60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면 77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식기반산업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1차산업에서는 첨단작물.축산.양식업, 2차산업에서는 정밀화학.메커트로닉스 기술.전자정보통신기기.정밀기기.우주항공.생물.신소재.원자력.환경산업을 꼽을 수 있다.

서비스업으로는 정보통신서비스.금융.보험.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컨설팅.엔지니어링.광고.산업디자인.교육서비스.의료.방송.문화사업을 꼽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이들 지식산업에서도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비관할 때는 아니다.

이들 기술분야에 대해 인력을 양성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해가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산업정책처럼 정부가 특정산업에 자금을 몰아주는 식의 지원정책으로는 지식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터를 만들어주고 기업 스스로 '수익' 을 좇아 모든 산업부문에서 첨단분야를 찾아나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1, 2차산업 고도화가 필수다 = 신산업과 기존산업 중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연구기관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기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기존의 강점을 죽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분야를 포기하면 당장 일본에 이득이 돌아갈 게 뻔하다. 비메모리가 부가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후발로 뛰어들어 승산이 별로 없다면 일단 시간을 벌면서 메모리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과 우위를 다투는 조선산업도 부가가치가 높은 크루즈 (호화여객선) 로 주종을 무턱대고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왕에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범용선에 주력하면서 석유시추선.셔틀 탱크.LNG선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으로 옮겨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기존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산업의 육성은 더욱 요원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보다 중소 부품회사들의 도산속도가 빠른 것에 주목한다" 고 말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2~3개 자동차 업체가 생존해도 경쟁력 있는 부품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서비스산업 빅뱅을 앞당기자 = 전문가들은 제조업만의 개혁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유통.금융.관광산업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제조업도 한 단계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서비스 부문이 뒷받침돼야 경쟁에 불이 붙고 생산성도 저절로 생겨나게 된다.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이 서비스산업 개혁에 성공하면 향후 10년간 6%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기업의 구조조정만 시행할 경우 실업률이 12%에 이르러 사회혼란이 불가피하지만 서비스 빅뱅이 추가되면 연평균 5%대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태.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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