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M&A설]제도적인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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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주가만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의무화된 현행 제도가 은행간 자발적인 합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가가 은행의 실질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합병비율 어떻게 정해지나 =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상장기업간 합병 비율은 합병신고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두 기업의 '전일종가와 그전 1주일간 평균주가, 그전 한달간 평균주가 등 3개 주가의 평균치와 전일 주가중 낮은 가격' 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 왜 합병이 어렵나 = 현행 제도는 주식 시세가 그 기업의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 은행합병설이 나돌면서 일부 은행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은행주가가 실제 가치와는 별도로 형성되고 있다.

예컨대 주가 6천원인 A은행과 3천원인 B은행이 합병을 검토할 경우 합병비율은 주가로만 판단하면 2대1이다.

그러나 자산실사 결과 실제 가치가 이 비율과 다를 경우 합병이 성사되기 어렵다.

특히 B은행이 합병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시장에 소문을 퍼뜨려 주가를 끌어올릴 경우 그 가격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A은행 주주들은 손해를 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계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실사를 통해 자산의 장부가치와 실질가치가 검증되지 않는 한 합병은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도 "자본잠식으로 자산 가치가 마이너스인 기업도 주가는 5백원이건 1천원이건 형성돼 있는데 이 가격대로 합병비율을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 고 인정했다.

◇ 어떻게 바꾸나 = 한 법무법인 (로펌) 의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주가를 고려하되 당사자간 협상에 의해 자산가치.수익가치.시장가치 등을 평가, 적절한 합병비율을 정한다" 고 밝혔다.

결국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려면 아예 합병비율을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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