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에 질량존재”증거발견 우주탄생 비밀 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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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중성미자 (中性微子.뉴트리노)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간접증거가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의 물리학 이론들은 이 입자가 질량이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 일본 중부 다카야마 (高山)에서 연구를 수행한 일본.미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5일 1년여 동안의 실험 결과 이같은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를 얻었다고 밝혔다.

1백20명이 참가한 이 실험에는 서울대 김수봉 (金修奉.물리학과) 교수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공동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중성미자가 진동한다는 증거를 잡아냄으로써 이 입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 증명했다.

진동하는 모든 것은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에 따라 중성미자가 질량이 없다고 가정하고 세운 기존 물리학의 이론들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실험 결과는 무엇보다 우주 탄생의 실마리를 푸는데 큰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동연구팀은 중성미자를 찾기 위해 일본 다카야마시의 한 탄광 갱내 8백m에 실험장치를 설치했다.

이 장치는 고도로 정화된 물 5만t이 담긴 물탱크와 물탱크 주변의 아주 미세한 섬광까지 탐지할 수 있는 1만3천개 광전증폭관으로 이뤄졌다.

매초 수천개씩 지구와 충돌하는 중성미자중 한개라도 물탱크 속의 원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면 이를 탐지하려 했던 것. 그러나 중성미자가 존재한다는 직접증거 대신 학자들은 이 실험에서 이 입자가 진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대 김선기 (金善基.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실험을 "질량존재의 가능성을 보여준 지금까지의 실험중에서 가장 진보된 것" 이라고 평했다.

◇ 중성미자 = 물질의 최소 단위는 쿼크와 가벼운 입자로 나눌 수 있는데 중성미자는 이중 가벼운 입자에 속한다.

거의 빛과 맞먹는 속도로 움직이지만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우주에서 지구상으로 매초 수조개씩 떨어지며 핵을 분열시켜도 나온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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