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의 전남 장성.목포 공장에는 3천억원어치의 술이 '낮잠' 을 자고 있다.
매실주를 만드는 매실 원액이 3백여 개 저장탱크에서 5년간 숙성을 기다리면서 '매취순' 제품으로 빛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탱크 한 개의 용량은 6만ℓ. 이 원액을 제품으로 만들면 10억원어치가 넘는다.
따라서 장성공장 2백여 개, 목포공장 1백여 개 탱크에 들어 있는 매실 원액을 모두 합치면 3천억원을 넘는다는 계산이다.
5년 숙성이 끝나 원액을 빼낸 탱크에는 그해 6월 초순에 딴 청매실 원액이 다시 채워진다.
청매실 수확기간은 1주일 정도. 여차하면 매실이 노란 빛으로 익어 술 담그는데 성분이 나빠지고 찌꺼기가 생겨 못 쓰게 된다.
수확한 청매실은 50% 주정 (酒精)에 60일 정도 담가 두면 원액이 저절로 빠져나온다.
두산백화 설중매나 진로 매실와인진과 같은 매실주는 이 원액으로 곧장 제품을 만든다.
설중매의 경우 원액을 뽑아낸 매실 두 알을 병 안에 집어 넣어 시각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매취순은 이 원액을 다시 저장탱크에 부어 5년간 숙성시키는 별도의 공정을 거친다.
그런 다음 50% 짜리 원액을 14%로 희석해 매취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해양조는 그동안 저장탱크가 모자라 매취순 공급에 차질도 빚었으나 올해부터 그런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저장탱크 한 개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도 4천만원. 그러다 보니 매년 조금씩 늘릴 수밖에 없어 지난해 말에야 3백20개를 갖췄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물량부족 현상이 없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보해양조는 내년 초 목포공장 탱크를 장성공장으로 합쳐 매취순 장성시대를 열어갈 예정이다.
이종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