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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세계최대 '큰바위 얼굴' 완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크레이지 호스' (Crazy Horse.1849~1877) 는 미국 중북부에 거주하던 인디언 '수' 족 (族) 의 추장이었다.

금광을 찾아나선 백인들로부터 부족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용맹스런 전사였다.

그는 백인들의 술수에 빠져 휴전을 논의하러 적진에 갔다가 등에 칼을 맞고 숨지면서 "돌이 돼 부활하겠다" 고 말했다.

예언은 1백21년만에 실현됐다.

생전에 활약했던 사우스 다코타주 블랙힐스의 산꼭대기에 '큰 바위 얼굴' 이 돼 다시 태어난 것이다.

크레이지 호스의 바위조각을 만들어온 조각가 코작 지올코프스키의 유가족과 크레이지 호스 기념재단은 착공 (48년6월3일) 50년만인 3일 (현지시간) 그의 두상 (頭像) 을 완성, 제막식을 가졌다.

높이 27m, 너비 18m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1차 준공이다.

최종 완공까지는 앞으로도 50년이 더 지나야 한다.

손.팔 등 상체 일부와 애마 (愛馬) 의 두상까지 조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최종 완공되면 높이가 자유의 여신상 (약 1백m) 의 두배에 이르고, 손가락 한개의 크기가 관광버스, 말 콧구멍의 크기가 방 5개짜리 아파트만한 세계 최대의 조각품이 된다.

크레이지 호스 바위조각은 1940년대 블랙힐스 지역의 수족 지도자였던 '스탠딩 베어 (Standing Bear)' 의 호소로 착공됐다.

그는 그곳에서 약 27㎞ 떨어진 러시모어 산에 워싱턴 (1930년) , 제퍼슨 (36년) , 링컨 (37년) , 루스벨트 (39년) 등 역대 대통령의 거대한 두상이 차례로 조각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조각가 지올코프스키에게 편지를 냈다.

"우리 인디언들에게도 존경할만한 영웅이 있음을 깨닫게 해달라" 는 호소에 감동한 지올코프스키는 사재를 털고 독지가들의 도움을 얻어 대역사에 들어갔다.

82년 지올코프스키가 사망하자 부인 루스 (72) 와 10남매가 유업을 이었다.

소문이 전해지면서 기념재단이 만들어졌고, 2만명의 후원자가 확보됐다.

공사현장에는 크레이지 호스의 기념관이 건립됐다.

입장료 수입과 기부금이 공사의 유이 (唯二) 한 재원 (財源) 이다.

연방 및 주정부로부터는 지금까지 아무런 재정지원이 없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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