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선거 이후 정국 어디로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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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4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여권이 승리, 본격적인 정계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연합군' 은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하면서 한나라당의 영향력을 영남과 강원지역으로 한정시켰다.

여권은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선거기간 내내 우세를 놓치지 않았다.

강원지사를 내주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을 '영남지역당' 으로 위축시키는 전략은 거의 성공했다.

자민련은 강원지사 선거에 실패한데다 '텃밭' 인 대전.충청권 시장.군수.구청장 일부를, 그것도 우당 (友黨) 인 국민회의에 내줌으로써 공동여당으로서의 위상이 상당부분 손상됐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자는 김대중대통령과 국민회의인 셈이다.

그런 만큼 金대통령과 국민회의는 여세를 몰아 당장 한나라당 의원영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여권은 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의 핵분열을 유도한 뒤 3~4개 정당이 연합하는 대연정 (大聯政) 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권은 선거결과를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의 지지' 로 간주, 한나라당을 압박해나갈 심산이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승 (全勝) 하고 강원지사 선거에서 승리, 당초 목표를 달성하면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몽땅 여권에 내주는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 나름대로 선전했다.

선거후 당장 뛰쳐나가려던 일부 영남지역 의원들은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중 중앙당과 후보간 입체적 협조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계파별로 따로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선거결과를 그런대로 만족하게 보는 당권파와 세 (勢) 위축을 비판하는 비당권파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부산시장과 구청장선거 결과도 이 지역 민주계 의원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 것이다.

더구나 강원지사 선거에서의 승리조차 당내분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순 (趙淳) 총재는 선거기간 내내 자신의 출생지인 강원도에 상주하며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에 기여한 점을 들어 선거책임론을 비켜가려 하겠지만,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와 김윤환 (金潤煥) 부총재 등 비당권파는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 내분은 치유불능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정계개편 변수는 여러가지다.

우선 여권이 당초의 구상을 본격 추진할 경우 한나라당은 격렬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과반의석이 허물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될 정국의 긴장도는 정계개편의 큰 그림이 구체화되는 8월초를 전후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실책이 나오거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정계개편의 구도와 속도에 수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정계개편에 대한 행동일치의 수준과 강도도 변수다.

우선 강원지사를 한나라당에 넘겨준 것을 놓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서로 '네 탓' 을 외치고 있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의 오른팔 격인 자민련의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는 선거후 '공동정부운영위원회' 구성과 내각제개헌 논의를 시작할 뜻을 이미 밝힌 상태다.

공천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金총리서리와 박태준 (朴泰俊) 총재와의 관계 재정립, 좁아진 입지에서 벗어나려는 金총리서리의 향후 행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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