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동유럽 30대 지도자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탈 (脫) 공산화 이후 러시아와 동유럽 등 옛 공산권 국가에 3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총선에서 자신의 정파를 이끌고 보수세력에 압승을 거둔 유고연방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밀로 듀카노비치 대통령의 나이는 36세. 그는 유고연방 상원에서 자파 의원들과 세르비아계 야당의원들과의 연합을 통해 밀로셰비치 현 유고연방 대통령을 쫓아낼 구상을 하고 있는 야심가다.

경제학자 출신의 친서방 개혁주의자인 그는 91년 29세의 나이로 총리에 오른 뒤 국영기업의 80%를 민영화하는 과감한 경제개혁 정책을 펼쳤으며 지난해 말 대통령자리에 올랐다.

헝가리도 30대 총리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실시된 총선에서 35세인 중도우파의 청년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민주시민동맹이 승리, 과반수에는 못미치지만 제1당이 됐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대에서 법률학을 전공한 그는 공산 치하이던 88년 반체제 우익 대학생단체인 청년민주동맹을 결성, 민주화운동에 불을 붙였다.

집권 사회당을 물리친 오르반은 조만간 연정을 통해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는 지난 3월 35세의 나이로 총리가 됐다.

러시아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 인맥에 속해 개혁파로 분류되는 그는 노르시 석유회사 사장 (96년) 과 에너지장관 (97년) 을 거쳐 초고속으로 총리에 오른 시장경제 개혁주의자다.

이들의 공통점은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 외에도 모두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개혁성향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30대 지도자 바람은 국민들이 기존 관습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개혁세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공산주의에 물든 기성세대로는 튼튼한 시장경제국가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90년대초 공산권 붕괴 이후 시장경제를 제대로 익힌 개혁세력의 주축이 바로 이들 30대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