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구조조정]짝짓기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은행권 빅뱅' 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은행 경영평가에서 적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실은행은 이달 안에 정리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다.

현재 금융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합병 시나리오는 신한.국민은행 등 3~4개의 후보 선도은행 주도로 이뤄지는 합병이다. 또 기업금융.소매금융.중소기업금융 등 분야별로 선도은행이 나올 수 있게끔 합병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업영역의 특화' 라는 전략방향이 짝짓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합병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은행은 퇴출 위기에 처한 부실은행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합병에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는 사실상 전무하다. 결국 후보 선도은행으로 꼽히는 은행들이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합병의 구체적 내용이 결정될 것이다.

◇ 합병은행의 주인이 될 은행 = 정부가 육성하겠다고 밝힌 초대형 선도은행의 후보로 꼽히는 곳은 영업실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한.국민.주택은행 등과 최근 독일 코메르츠방크와의 합작을 성사시킨 외환은행이다. 단 외환은행의 경우 당분간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율을 변경하면서 합병주도 은행으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은 외자유치와 별개로 대형 시중은행중 한 곳을 인수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선도은행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시 외자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방은행과 합병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상업은행 등 BIS 자기자본비율 8%에 못미치는 선발 대형 은행들도 자신을 주체로 한 통폐합구상을 밝히고 있는데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후발은행의 경우 하나은행이 부실대상 은행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받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람.장기신용은행.한미은행 등은 아직은 합병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 피합병 후보 은행 = 자기자본비율 8%에 미달하는 12개 은행중 외환은행과 이미 현대종금과의 합병을 선언한 강원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이 꼽힌다.

조흥.상업.한일.충청.경기.동화.동남.대동.평화.충북은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흥.상업.한일은행의 경우 현재 서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 상태로 어느 한 은행이 합병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은행이 하나로 합치는 초대형 합병이 성사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은행들은 "실익이 전혀 없다" 는 반응이다.

후발 시중은행중 6공 때 탄생한 동화.대동.동남.평화 등 4개 은행은 자력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상태에 따라 우량 지방은행은 대대적인 짝짓기가, 부실 지방은행은 자산부채인수 방식을 통한 피흡수가 예상된다.

박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