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선거일 임시공휴일 지정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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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4일을 관공서 임시공휴일로 정했다. 투표참여율을 고려한 처사라고는 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의문이다.

효과에 대한 검증없이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임시공휴일에 대해 비판이 없는 것은 아마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피용자 (被傭者) 의 입장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쉬는 날이 생산성에 역기능하고 비합리적이라면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우선 지방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투표장이 제 아무리 붐비고 장사진을 이뤄 투표순서를 기다린다 해도 한시간이면 족할텐데 8시간을 다 놀아야 하는가.

출근시간을 늦춰 아침에 투표하거나 작업시간중에 한두시간 짬을 내 투표장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작업시간을 탄력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왜 하필이면 4일 목요일에 선거가 치러져야 하는가. 선진국에서는 주중에 공휴일이 오지 않도록 그주 월요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중에 공휴일이 있으면 징검다리 연휴가 돼 며칠씩 깡그리 쉬어버리는 것을 지양,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우리 경우는 어떤가.

6일이 현충일이어서 징검다리 연휴에 해당한다. 이 기간에 설악산 관광지 일대 주요 콘도미니엄의 예약이 쇄도해 때아닌 선거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한 후 여행을 떠날까. 굳이 지방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하기로 했다면 차라리 월요일로 정하는 것이 업무의 연계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도움이 됐을 것이다. 선진국 사람들은 한국에 공휴일이 많은 것에 한번 놀라고,징검다리 휴일이면 아예 일할 날까지 겹쳐 연휴를 즐긴다는 데 두번 놀라고,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되고 모든 근로자와 공무원, 그리고 학생들까지 논다는 데 세번 놀란다고 한다.

한 영국 사람은 필자에게 "총선거를 하는데 초등학교가 왜 쉬어야 하며 대학이 왜 휴강을 해야 합니까" 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필자는 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최근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일선 학교에서는 5일 수업진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4일은 쉬고 5일에는 모두 등교하는 반면 지방선거 투.개표 과정에 투입되는 교사들은 공가 (公暇) 로 선거 다음날은 학교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로 인해 학교가 파행운영돼서는 안된다.

왜 선거일을 공휴일로 해야 하는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김수곤(경희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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